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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05. 2021

3화,식사

에세이



눈칫밥을 많이 먹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즐거운 내 집이 아니라 눈치 보는 내 집에 살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유전적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야 했다. 특히 엄마는 유전적아빠의 눈치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면, 이내 행동으로 돌입한다. 어릴 땐 우릴 데리고 밤새 하는 지하 기도원에 간 적도 있고, 잠자는 나를 두고 옥상으로 피한 적도 있고, 조금 커서는 친구 집에 가서 자라고 책가방을 챙겨 보내기도 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유전적친가에 가면 천대받는 우리 남매는 늘 어른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나를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걸 아주 빠르게 알아챈다. 초등학교 시절엔 친한 친구들이 나랑 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중학교 때는 선생님이 사주는 가락국수를 먹으면서도 힐끗힐끗 선생님 눈치를 보곤 했다. 그래서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절대 나같이 눈칫밥 먹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 다짐했었다.


조심성이 덜한 둘째가 유리컵을 떨어트릴 뻔한 일에 남편은 아이에게 한마디 했고, 입에다 숟가락을 넣으며 동그랗고 큰 눈의 검은 눈동자가 아빠를 향한 아이의 모습을 본  순간 어릴 때가 생각이 났다, 가슴이 뜨거워지며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안쓰러운 아이보다 혼내는 남편에게 화가 났고, 서로의 훈육에 관여하지 않는 무언의 약속을 깨버렸다.

"눈치 보지 마! 아빠를 왜 쳐다봐 그럴 필요 없어"라며 난 소리를 질렀고

"반찬이 이렇게 멀리 있으니 아이가 손을 뻗으면서 컵을 칠 수도 있잖아 " 라며 남편을 향해 쏟아냈다.


평화로웠던 주말 아침 식사 시간은 그렇게 온 가족 눈치 보며 끝이 났다. 남편과는 화해했지만 자꾸 아이의 눈동자가 생각이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인데 내가 아이를 눈치 보게 만들었다. 끔직히 싫어하면서 내 안에 '눈칫밥먹는 어린아이'를 담고 살았다. 그게 둘째에게서 보인 것이다.

이제 놓아 주어야 한다. 내 안에 눈칫밥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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