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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03. 2021

1화, 운동화

에세이





운동화만 신은 지 족히 11년은 넘은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이젠 구두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바로 임신을 했고 퉁퉁 부은 발은 구두가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급격히 늘어난 체중에 나의 하체는 내 상체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굽 낮은 신발 라이프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때는 나도 8cm나 되는 힐을 신고 다니고, 비싸지는 않지만, 수제구두를 여러 개 사서 모을 정도로 구두를 좋아했다. 심지어 키도 170cm인데 구두 신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혹은 남자 친구와 걸을 땐 항상 난 위에 있었고, 가끔은 내가 너무 키가 커서 민망할 정도로 작은 친구들과 다닐 때도 난 구두를 신었다.


그런 내가 변한 건 아이를 위해서였다. 출산 후에도 난 굽이 높은 건 신지 않았다. 아이가 걸어 다닐 때쯤 되면서부터는 절대 벗겨지지 않는 신발이 필요했다. 아이가 첫걸음마를 하고 세상에서 걷기 시작하면 어디로 어떻게 갈지 감을 잡을 수 없으며 익숙하지 않은 걸음으로 어느 순간 넘어질지 모른다. 난 그때 아이가 넘어지기 전에 아이에게 달려가야 했고, 아이가 위험한 곳으로 가려할 때 가기 전에 아이를 잡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 구두를 신고 있다면 내가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아마 아이보다 먼저 넘어져 아이가 위험한 상황임에도 아이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들은 소위 말하는 빛의 속도가 필요하다. 순간, 속도가 빨라야 아이의 팔을, 아이의 몸을 잡아 지킬 수 있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구두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난 운동화를 택한 것이니깐 말이다 지금은 신발장에 3cm 이상의 신발은 없다. 오직 운동화랑 바닥에 붙는 샌들만 있을 뿐이다. 이젠 어린아이는 없지만 아직은 내가 지켜줘야 할 아이들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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