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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Jan 12. 2023

20주, 아인이는 아인이, 포도는 포도.

20


태동이 부쩍 활발해졌다. 그러다가도 태동이 별로 안 느껴지면  있나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포도는 그럴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힘차게 움직여주었다.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다. 다행히 몸살기운은 반나절만에 괜찮아졌고, 열도 오르지 않았다. 인후통이 3~4일 정도 지속됐는데, 그것도 견딜만한 정도. 남편이 격리기간 동안 일을 쉬면서 육아와 집안일을 모두 해 준 덕분에 너무 잘 쉬었다. 임산부가 코로나에 걸려서 그런지, 주변 지인들이 엄청 많이 걱정해 주었다. 덕분에 격리기간이 외롭지 않았는지도! 다행히 포도도 너무 멀쩡하다.


포도는 잘 있어요!


아인이는 포도에 대한 마음이 오락가락 하나보다. 내 배에 대고 뽀뽀를 하고, 예쁜 말도 속삭이다가도 갑자기 “포도가 늦게 태어나면 좋겠어.”와 같은 말을 하곤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포도가 태어나면 엄마아빠가 포도를 제일 좋아할 거 아니냐며… 그렇지 않다고 엄마는 평생 아인이를 1등으로 좋아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잘 모르겠다. 내가 아인이에게 뭔가를 잘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동생을 기다리는 첫째의 어쩔 수 없는 불안인지. 아인이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조금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간혹 사람들이 아인이에게 그런 말을 하곤 한다. 아인아 동생 태어나면 엄마 많이 도와줄 거야?, 동생한테 잘해줄 거지? 와 같은. 의도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신생아를 키우는 게 만만치 않고, 하나를 키우는 것과 둘을 키우는 건 천지차이니까, 힘들 나를 생각해서 “그냥”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하는 말이라는 것.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인이 눈치가 보인다. 아인이는 뻘쭘한 듯 별 반응이 없지만, 그런 말들을 깊이 담아둘까 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나도 장녀, 아인이도 어쩌다 보니 장녀. 아주 작은 부담이라도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사람이랑 헤어지고 나면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아인이는 동생이 태어나도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돼.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아도 돼.라고. 그러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엄마아빠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모른다고. 동생이 있건 없건, 아인이가 포도와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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