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1)나는 세상을 4K 감정화질로 보는 사람이다

예민한 게 아니라, 정서 해상도가 높은 인간일 뿐

by 희유


감정선 과잉형 인간? 그건 칭찬이다.


요즘 나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라고 했다.

"감정선 과잉형 인간."


들으면 좀 억울하다.

감정이 많다고 뭐가 문제지?

감정이 없는 사람보다 풍경이 많은 사람인데.


나는 사람의 표정을 프레임 단위로 캐치하고,

'괜찮아'라는 말속의 한 치의 떨림도 놓치지 않는다.

그걸 피곤하다고 부르면 섭섭하지.

나는 세상을 4K 감정화질로 보는 사람이다.

남들은 720p 인생인데,

나만 울트라 HD라고 생각하면 좀 멋지지 않나?




감정센서는 피곤하지만, 정확하다


카페 옆자리 연인이 싸우다 화해하는 과정을

나는 컵잔 소리, 숨소리, 미세한 제스처로도 알 수 있다.

그녀가 숨을 나지막이 길게 내쉬며

컵을 입술에 댈 듯 말 듯하다가 비스듬히 내려놓는 순간,

이제 서운함의 폭로가 시작된다는 걸 안다.


이 정도면 감정 데이터 분석가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보너스가 없다.

피로감만 있을 뿐.


가끔은 너무 깊게 느껴서 피곤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끄면

삶의 자막이 다 지워진다.

그건 너무 심심하지 않나.




감정이 많다는 건, 세상을 넓게 느끼는 일


나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 감동받는다.


지친 날, 친구가 보낸 음료 쿠폰 한 장에도

눈물이 핑 돌고,


편의점 캐셔의

“오늘은 드시던 커피 안 드세요?”

이 한마디에도 오전이 행복해진다.


이건 피곤한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감정의 해상도가 높으면 세상은 조금 더 시끄럽지만,

그만큼 다정한 순간도 많다.


조금 피곤하지만, 감정이 많다는 건

세상의 디테일을 더 많이 본다는 뜻.

그래서 나는 균형을 위해,

교류하는 상대에게도 디테일함을 눈여겨본다.




감정은 줄이는 게 아니라, 조율하는 거다


감정이 많은 게 문제인 세상에서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냉정한 사람은 상황을 이해하지만,

감정이 있는 사람은 사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건 어떤 시대에도 유효한 기술이다.




예민함은 결핍이 아니라 감각이다


이제 누가 나를 "감정선 과잉형 인간"이라 부르면

그냥 웃으며 말할 거다.


"그럼요. 대신 저는 세상과 조금 더 많이 연결되어 있어요. "


예민함은 결핍이 아니라 감각이다.

그걸 다루는 법만 배우면,

세상은 훨씬 더 재밌어진다.


결국, 감정의 결은 나를 번거롭게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더 섬세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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