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불신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독교의 교리는 아마도 지옥에 관한 교리일 겁니다. 이번 리뷰는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라는 책의 파트 1 다섯 번째 장에 있는 심판과 지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을 심판해서 지옥에 보내는 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랑이신 하나님이 인간을 지옥에 보낸다는 게 믿는 사람으로서 생각해봐도 조금 거리끼는 부분이죠. 근데 그렇다고 성경에 나와있는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부정할 수도 없고, 지옥에 대한 이야기는 믿는 사람에게든 믿지 않는 사람에게든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교리인 것 같습니다.
심판과 지옥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의 하나님과 심판의 하나님이 같은 하나님이라는 게 모순처럼 느껴진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사랑과 심판이 서로 모순이 아니라는 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자녀가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장차 삶을 망가뜨릴 게 뻔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자녀를 징계하지 않고 그대로 둘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요? 부모가 자녀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자녀를 징계한다고 해서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녀가 그릇된 행동을 하도록 방치하는 게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 아닐까요?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자녀의 그릇된 행동을 징계하는 건 곧 사랑의 표현입니다. 완벽하게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사랑만 보더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심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의한 세상을 바로잡으실 것이라는 게 바로 심판 교리입니다. 그런데 만약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고통받고 불의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외면한 채로 이 세상을 그대로 두는 분이라면 과연 그분을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심판 교리 또 공의의 하나님이라는 교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복수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게 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바로잡는다고요? 근데 어쨌든 인간들 중 몇몇은 천국으로 나머지는 지옥으로 보내잖아요. 사랑이 많으신 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심판은 그렇다 쳐도 결국 지옥으로 보내잖아요. 저는 도무지 지옥과 사랑을 연결할 수 없겠는데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시간을 주셨어요. 그런데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옥에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살면서 있었을 수많은 기회를 잡지 않은 본인의 잘못이니까요." 혹시 이렇게 말하시겠습니까?
팀 켈러 목사님은 이런 대답이 악과 지옥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나온 도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이건 믿지 않는 사람들이건 백이면 백, 지옥은 이렇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옥을 오해하고 있는 거죠. 믿는 사람들이건 믿지 않는 사람들이건 말이죠.
인간은 하나님과 함께할 때 번성하고 풍요로워지며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임재를 잃어버린다면 그 자체가 바로 지옥입니다. 성경에서 지옥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이미지는 불입니다. 불은 무엇이든 태워버리고 망가뜨리는 힘을 상징합니다. 지옥이 불로 표현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끊어졌을 때 우리는 하나님 외에 다른 것으로 하나님의 자리를 채우려고 합니다. 돈, 명예, 권력, 인간관계 등 자신이 집착하는 대상으로 하나님의 자리를 채우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하나님의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자아가 붕괴될 것입니다. 이기심과 자기 몰입, 질투, 근심, 피해망상, 허무함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의 구멍을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C.S. 루이스의 글에도 있지만, 이런 상태가 인간 평생 70~80년만 지속되더라도 이미 지옥과 같을 것인데, 그것이 죽음 이후에 끝나지 않을 영원한 삶 동안 계속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자체로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옥이 불로 표현되는 이유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이를 명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지옥이란 그저 무한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하나님을 떠나 자유로이 선택한 정체성을 의미한다' 그렇습니다. 지옥을 우리가 상상하는 유황불 가득한 무시무시한 감옥쯤으로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옥으로 보내는 것으로 상상하는 것 또한 오해입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부활 이후에도 쭉 그 정체성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곧 천국입니다. 반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을 선택하지 않고 채워지지 않을 마음의 빈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은 부활 이후에도 쭉 그 정체성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