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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치 May 27. 2023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을 준비하며

세상의 배꼽, 메카



어릴때 부터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 여행을 꿈꾸는 게 자연스러웠던 것 처럼, 나도 어쩌면 평범한 수순을 밟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 왜 내가 세계 여행을 구체적으로 꿈꾸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왜 세계 여행을 꿈꾸게 되었을까


나는 유년 시절 가족의 사정으로 엄마와 함께 살 수 없었던 기간이 길었다. 그래서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종종 엄마를 만나 대화를 나눌때면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은지야. 난 너가 뱃속에 생겼을때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꿈을 꿨었어.  그래서 난 너가 스튜어디스가 될줄 알았어. 너가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됐을때 우연히 홍콩에 가게된 것 아니? 일본에서 너 태어나고 한국에 할머니를 보러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글쎄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서 홍콩으로 간거야. 그래서 항공사에서 제공해주는 호텔에서 하루를 머물고 한국에 왔지”


엄마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가장 오래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그 이야기는 마치 오랜 시대를 거쳐 구술로 전해지는 신비한 신화를 듣는 것 처럼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것 같다. 엄마의 기억을 통해 듣는 나의 역사는 그렇게 지금까지도 나의 일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게 아닐까.


두번째는 10대 때 봤던 러브앤피스 라고 하는 사진책이었다. 그 사진책은 한 일본인이 세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짧은 글귀들을 묶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마치 만화 원피스의 루피 이야기를 읽었을때와 같이 10대의 나는 가슴이 두근 거렸던 것 같다.  여행지를 개척하고 자신의 여정을 떠나는 과정에서 인생의 중요한 동료들을 만나고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10대의 순수함을 자극했다고 해야하나.


10대땐 삶이 힘들어서 항상 자기 전에 이불 속에 누워 천장 너머의 우주를 보곤 했다.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우주 속에 작디작은 나를 생각하며, 이 지구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것인지, 이 지구에 태어났으니까 지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첫 여행의 시작, 방글라데시


태어난 곳인 일본을 제외하고 처음 혼자 해외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곳은 방글라데시다. 20대 초반, 당시 꿈은 있지만 돈은 없었던 내게 엄마는 신문 광고를 곱게 오려서 내게 말없이 전해줬다.


그 광고 문구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해외 장기 봉사 단원 모집- 왕복 항공료와 생활비, 귀국 정착비 지원’이라니! 공짜로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이 기회 꼭 붙잡아야겠다고 내 직감이 외쳤다.


이후 운 좋게 방글라데시에서 살게 됐고, 방글라데시에서 처음 이슬람 문화를 접하고, 좋은 무슬만들(벵골어로 이슬람 사람들을 뜻함)에게 큰 도움을 받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 문화와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세상의 배꼽: 메카의 비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집에 가면 100이면 100 무조건 벽에 메카의 사진이 있는 달력이나, 수만명의 사람들이 메카 주위를 둘러싸고 뱅글뱅글 끝없이 도는 방송을 보곤 했는데, 살면서 내가 본 광경 중에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장엄한 장면이었고 보면 볼수록 그 장면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


메카의 중앙에 있는 검정색 큐브 모양의 카바신전은 마치 세기말을 배경으로한 만화에 등장할법한 건축물처럼 느껴졌다.


메카의 풍경 자체만으로도 독특한데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이슬람을 믿고 이 방향으로 매일 그것도 다섯번이나 절을 한다니. 도대체 메카에는 어떤 힘이 있는건지, 메카에 가서 그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나는 그 메카라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고,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성지이며, 코란이 가장 처음 계시된 장소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무슬림인 독신 여성이 메카에 가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가?


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동력으로 직접 행동해 깨부쉬는 과정에서 나와 삶과 세상을 직면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카는 내게 가장 커다란 환상을 심어줬던 중요한 여행 후보지 중 하나다.


하지만 사우디여행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배경을 조사하면 할수록 내가 무슬림이 되지 않고서야 메카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여행 조사를 하며 점점 지쳐가는 중)


지금은 내 여행의 가장 첫번째 목적지였던 메카 여행을 조금 뒤로 미뤄야하나 고민이 된다. 확실히 조급하게 생각하고 준비한다고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초 여행 준비를 하는 것에 익숙치 않고 계획형 인간이 아닌데 메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치밀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해보여서 여행을 갈 동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를 바꿔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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