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나는 바람이 나를 데려가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by 두치


마음 먹은일을 진짜로 해보겠다는 용기를 내기 위해 떠난 나홀로 아프리카 종주 여행.
집 떠난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니하오'라고 하면 '니하오'라 답하고, '곤니찌와'라고 하면 '곤니찌와'라고 답하고, '앗쌀라무왈라이꿈'하면 '왈라이꿈앗쌀람'이라 답한다.

지역과 사람이 바뀔때마다 투명하게 바뀌다보니 혼돈 속에 있다.


1년 장기 여행에 짐을 7키로 정도로 줄였다고 자부했지만,

짐 옮길때 마다 이 지긋지긋한 여행을 때려쳐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토록 원했던 것들도 결국 삶의 일부니 학을 땔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나를 무너뜨린다.


모든 것을 잃고나니 여행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이렇게 살아도 되고, 살지 않아도 되고,

무엇이 되어도 되고, 되지 않아도 되는

무중력 상태에 가까워졌다.


아무것도 없기에 자꾸만 묻게 된다.

나는 누구야?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하는 걸까.


이미 떠나온 길을 되돌아 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멈출 재간도 없다.

그러므로 일단 나아가야지.

나아가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






반대편에 팻말이 보인다.

Today is perfect day to be happy


한국에서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삼십대 중반이다.

저 문장이 다른 세상의 말처럼 다가온다.

통각을 잃어버린 듯 하다.

감사함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보다 인도 같은 곳이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환경보다,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환경이

삶의 중요한 것들을 더 줬던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사하라 사막 여행에서도

사막 그 자체보다 모래 돌풍이 불던 순간이 좋았다.

위기와 절망의 순간이 나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모래 돌풍과 같은 사건들은 잠들어 있는 나를 두드려 깨우고

살아있음의 감각에 조금 더 가까이 데려가준다.


편의점에서 쉽게 사 먹는 과자보다,

눈보라를 해치고 한 시간을 걸어가 먹는 과자가 더 소중한 법이다

나는 아직도 그런 감각으로 삶을 배우고 있나보다


나는 바람이 나를 데려가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 사막별 여행자, 무사앗사리드


10대때 읽었던 정말 좋아하는 투아레그 사람의 책이다.

여행의 중턱에 다시금 그의 글을 다시 꺼내 본다.

둥둥, 그래. 아무것도 없기에 오히려 바람이 이끄는 대로 떠내려갈수 있다.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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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어둠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밤을 볼 줄 안다. 밤은 빛의 한 면일 뿐이다.
- 사막별 여행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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