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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Mar 09. 2024

우주최강 저질체력 엄마의 서울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

창덕궁 그리고 안녕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만 느껴진 이번 여행.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두고 싶었던 서울 여행.

그 마지막은 창덕궁과 함께 하기로 했다.

창덕궁은 후원을 꼭 방문하고 싶어 급히 예매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니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자리가 있었고 급하게 예약을 했다.

창덕궁 후원 예약도 끝났으니 이제 꿈나라로

떠나볼까?


얼마나 잤을까.

알람이 울렸고 우린 각자의 가방과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큰 변화는 바로 아이들도 각자 가방을

메고 그 가방 속에 각자 짐을 담아 여행을 왔다는 것.


늘 큰 캐리어에 가족들의 짐을 한가득 담아

다니는 여행 속에서 남편이 많은 고생과 수고로움을

담당했다.

이젠 아이들도 제법 컸으니 아빠의 무거움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어 가방을 메고 기차 여행을 떠난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가방을 씩씩하게 메고 이번 여행을 왔다.

기특한 것들!! 다 컸네!!


자신들의 가방에 짐을 정리하고 우리에게 따뜻한

침실과 휴식 공간을 선물해 준 호텔과도 작별 인사를 한 후  창덕궁으로 향했다.


후원 투어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우리는

시간 조정이 되는지 안내소에 물어보고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여 1시간을 앞당겼다.

창덕궁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이다.

태종 이방원은 자신이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곳이라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에서 왕위를 이어갔다.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세워진 경복궁보다는

왕도 사람이라 쉬고 싶었을 국왕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창덕궁은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굽이굽이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이 불타 없어지고

창덕궁이 조선의 정궁 역할을 하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전까지 경복궁을 대신하여

조선의 정궁 역할을 하였다.


경복궁과는 또 다른 느낌의 창덕궁.

창덕궁은 조용했다. 경복궁의 웅장함과는 다른 고요함.

후원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고요한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후원 투어를 위한 장소에 도착했고

약속 시간이 되어 해설사 선생님과 미리 예약한

다른 분들과 함께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 투어는 미리 예약을 하고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듣는 시스템인데 주말에는 인기가 엄청나서 금방

마감이 되곤 한다는데 평일이라 자리는 조금 남아있었다.

흐린 날씨고 추운 겨울이라 사실 해설사님께서

지금은 참 경치들이 쓸쓸하다고 하셨다.

봄이 되면 꽃도 피고 푸릇한 나뭇잎도 이쁘다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


정조의 손자였던 효명세자의 이야기가 특별히

많이 남아있던 창덕궁 후원.

대한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효명세자의 죽음은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과거의 화려했던 후원이

더욱 외로웠다.

조선의 왕들은 이곳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왕이라는 자리가 과연 행복했을까?

외롭고 또 외로웠던 왕들을 조용히 품어주었던 후원.

그래서 왕들은 창덕궁을 더욱 사랑한 건 아닐까.


우리 가족은 후원 투어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창덕궁 후원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서

참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후원 투어 후 찬찬히 창덕궁을 둘러보았다.

낙선재 안에 담겨있는 사랑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이야기

그리고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과 황후가 탔던 어차가

희정당까지 들어왔다는 이야기 등은

궁궐을 보다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한다.

보고 싶었던 궁궐을 두 눈과 가슴에 담아 떠난다.

그리고 떠나기 전 전날 택시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명동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찐맛집.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이  돈가스 찐이다.

미소된장국과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밥이

무한리필되고 돈가스 본연의 맛에 충실했던 곳.

서울에 와서 처음 먹었던 음식이 돈가스와 우동이었는데 헤어질 때의 음식도 돈가스라니..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던 우리 가족에게

명동 돈가스는 지금도 생각나는 추억의 맛이다.


흐린 날씨였지만 다행히 걷는데 불편함은 없었고

춥지도 않았다.

게다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서울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가 서울역에 도착하자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잘 가라고 인사를 하는 듯.


강행군 속에 씩씩하게 잘 걸어준 사랑하는

우리 집 남자들.

고마워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는 뿌듯함을 이번 서울 여행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제 우린 또 다른 국내여행을 꿈꾼다.

아니, 솔직히 나 혼자 꿈꾼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엄마, 저질체력인 엄마는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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