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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글 Jul 05. 2024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3가지 심리학 지식

나를 위해 살아보자

우리는 살면서 종종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의 기분이나 반응이 신경 쓰여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과도한 눈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눈치 보는 행동, 어쩌면 우리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는 눈치 보는 현상을 일종의 사회적 적응 기제로 설명한다. 이는 우리가 집단 내에서 소외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적절한 눈치는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심리가 지나쳐 오히려 자신을 억누르고 위축시킬 때다.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이유와 심리학적 기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눈치를 살피게 만드는 마음의 작용들. 그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런 무의식적 행동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 나아가 건강한 자존감과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지나친 눈치가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마음속 불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던 자신을 어루만져 보자. 그 깨달음이 눈치에서 자유로워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눈치 보는 당신에게 건네는 심리학의 통찰 3가지. 이 작은 이해가 내면의 당신을 응원하는 힘이 되길 응원한다.



1. 사회적 시선에 예민해지는 '주변 의식'의 심리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변 의식'에 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잘못하면 창피할 텐데, 실수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 말이다. 이는 자칫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상대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이를 '객체화 의식(Objectified consciousness)'이라 설명한다. 외부의 시선에 자신을 객체화해 타인의 잣대에 맞추려는 심리상태다. 스스로를 평가의 대상으로 의식하니 더욱 좋은 평가를 얻으려 애쓰는 것이다. 내 모습보다는 상대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객체화 의식은 개인의 신체 만족도, 자아존중감, 섭식 장애 등 다양한 심리적, 행동적 결과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주변 의식이 높을수록 눈치를 보게 되는 건 당연하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다 보면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보다 타인의 반응이 더 중요해진다. 그만큼 내적 자유를 잃어버리고 외부 기준에 종속된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외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수록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매력을 억누르고 획일화된 인상을 만들어간다. 남들에게 보일 '바람직한 이미지'만을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도 헷갈려한다.


물론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예의이자 처세술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에 균형을 잃어 자기 자신마저 억압할 때 생긴다. 남의 시선에 이리저리 흔들리면 내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 의식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우선돼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는 내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어떻게 비칠까"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묻는 것. 외부의 기준보다 내면의 나침반을 믿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2. '거절 민감성' 높을수록 눈치가 보이는 이유


사람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는 또 다른 이유로 '거절 민감성'을 들 수 있다.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수록 상대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의 거절이 두려워 그들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조절하게 되는 셈이다.


거절 민감성은 어린 시절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양육자에게 거절당하거나 방임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거절에 예민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불안정한 애착 관계 속에서 거절의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 타인의 거절을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심리 기제가 만들어진다.


이런 민감성은 대인관계에서 방어적 태도로 이어지곤 한다. 상대의 사소한 반응에도 민감해지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언제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위축되는 것이다. 이는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선 거절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내 의견을 말했을 때 거절당할 수도 있고, 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럴 때 상처받거나 주눅 들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설령 거절당한다 해도 내 가치는 변함없다는 믿음 말이다. 그래야만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당히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은 거절 민감성을 다스리는 근본적 해법이 된다.


물론 거절 민감성의 뿌리가 깊어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의 애착 외상을 다루는 심리 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내면의 불안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는 과정. 그것이 타인의 거절에 덜 휘둘리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다만 그 민감성의 크기가 다를 뿐. 누군가의 선택과 판단에 내 가치가 좌우되지 않음을, 거절 그 자체가 나를 규정하지 않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관계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거절 민감성의 개념과 특성 - 거절 민감성 척도 (Rejection Sensitivity Questionnaire)


거절 민감성은 대인 관계에서의 거절에 대한 불안과 과민한 반응성을 일컫는다. 이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다우니(G. Downey)등이 제안한 개념이다. 거절 상황에 대한 지각과 반응을 측정하는 척도인 RSQ(Rejection Sensitivity Questionnaire)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RSQ는 총 18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주어진다. 그런 다음 두 가지 질문이 제시된다. 첫째는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불안감의 정도, 둘째는 상대방이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정도다. 두 수치의 곱으로 거절 민감성 점수가 산출된다.   


거절 민감성 점수가 높을수록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거절 가능성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소한 상황도 거절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상대의 거부를 예측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나아가 타인의 중립적 반응조차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가치감이 낮고 불안정한 편이다. 내적으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이 강하기에, 관계에서도 거절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 이는 때로 관계를 회피하거나 또 다른 극단인 지나친 순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RSQ는 단순히 거절에 예민한 성향만이 아니라 그 근저의 자존감 문제, 그리고 대인관계 양상까지 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도구다. 거절 불안이 높을수록 관계에서의 눈치 보는 행동도 증가하는 만큼, 이는 눈치 보는 심리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

대개 유년기의 거절 경험과 애착 외상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화해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이 요구된다. 전문적 상담을 통해 거절에 대한 합리적 대처 전략을 배우고, 자신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훈련이 도움 될 수 있다. 거절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극복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3. 사회 불안이 키우는 타인 얼굴 해석 능력


타인의 눈치를 보는 데에는 '사회 불안'이라는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사회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대의 표정을 더 예민하게 살피며 해석하려 든다. 대인 관계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이 사회적 단서를 더 민감하게 포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 불안 장애를 앓는 이들은 타인의 얼굴 표정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상대의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 평가의 신호를 찾아내려 한다. 미간을 찌푸리거나 눈길을 피하는 것조차 자신을 향한 거부나 비난의 표시로 해석하곤 한다.


실제로 연구 결과 사회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얼굴 표정 해석에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정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화난 얼굴, 짜증 난 얼굴, 혐오스러워하는 얼굴 등 부정 정서 표현을 더욱 예리하게 감지해 냈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단서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객관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애매한 상황에서도 부정적 해석만을 하게 되는 편향이 생긴다. 자칫 상대의 중립적인 표정마저 자신을 향한 차가운 시선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해석이 불안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인 셈이다.


관계를 위축시키고 대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때로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상대의 표정 하나하나에 민감해지기보다 좀 더 큰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 말이다. "꼭 나 때문은 아닐 거야, 상대방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는 여유 있는 생각이 도움 된다.


물론 타인의 심리나 속내를 정확히 알아차리는 눈썰미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대인관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불안과 걱정만 키우는 강박이 되어선 곤란하다. 때론 오해와 편견일 수 있다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상대의 표정에 일일이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더욱이 그 해석이 늘 부정적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가끔은 내 불안감이 만들어낸 필터일 뿐, 객관적 판단과는 거리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조금 여유를 갖고, 섣불리 단정 짓기보다 그 너머를 바라보는 지혜. 과잉된 관찰과 해석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용기가 사회 불안으로 인한 눈치 보기 습관에 자유로워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눈치를 보는 습관, 그 이면에는 주변 의식과 거절 민감성, 사회 불안 등 다양한 심리적 기제가 숨어 있다. 이는 대개 어린 시절의 상처나 불안정한 애착 경험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방어 기제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대처이자 생존 전략인 셈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늘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면, 잠시 내면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어릴 적 받은 상처들을 되살피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 말이다. 나를 지나치게 옭아매는 평가와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주는 연습. 바로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시선을 만족시킬 순 없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정작 내 삶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가끔은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가치를 스스로 믿어주는 시간 말이다.


분명 세상 모든 이의 인정과 사랑을 동시에 얻는 건 불가능하다. 누군가의 거절과 부정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내 존재 가치를 훼손하진 않는다. 나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눈치 보지 않고도 당당히 관계 맺을 수 있게 된다.


눈치 보는 삶에서 눈치 보지 않는 삶으로. 그 여정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믿고 사랑할 수 있는 힘. 그 힘으로 세상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품어낼 수 있는 너그러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우리 모두 그런 눈치 보지 않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오늘도 응원해 본다.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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