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 감사드립니다
이전 내 브런치 글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미국 이직이 결정 나고부터 나는, 건방지게도 커리어 멘토링이라는 걸 해 왔다.
https://brunch.co.kr/@damnang2/86
사실 첫 의도는,
20대 중, 후반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원이나 회사 취업을 하려는 공학 계열의 (특히 반도체 관련)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이 있을까 싶어서 시작했던 것이었다.
나름 대학교 때는 중, 고등학생들 멘토링도 했었고, 대학원 시절에는 후배 멘토링들도 진행했었기 때문에,
비슷한 관점에서 무언가 또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매너 없는 사람도 많았다.
말을 기껏 걸어놓고 대답을 안 한다던지,
실컷 찾아가며 대답을 해 줬는데 그 흔한 고맙다는 말조차 안 한다던지,
본인 커리어에 진지하게 고민도 안 해보고 나를 네이버 지식인 정도로 생각하고 질문을 한다던지,
어차피 지나가다 본 무료 상담이니까 딱 그 정도 수준으로 행동한 건지는 몰라도,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괜한 헛짓거리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했다.
10명 중에, 100명 중에 나와 좋은 인연으로 맺어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도와줘서 만족스러운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에 스스로 만족하는 거랄까.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아온 사람이기에,
그 받아온 것들을 응당 또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이 아예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
매너 없는 몇몇 사람들 사이사이, 정말 마음 맞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 진학 고민을 하다 이번에 카이스트로 대학원 진학하게 되어 새해 인사를 전해 온 친구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나와의 시간이 소중하다며 정중하게 video call을 요청해 온 친구도 있었다.
또, 본인이 현재 실리콘밸리 구글에 다니시는데,
나와 networking을 하고 싶다고 연락 주신 학교 선배님도 계셨다.
그리고 나는, 최근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국내 대학원 박사과정 친구 한 명을,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AMD에 referral을 해주게 되었다.
미국으로 와서, 내가 꼭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었던 그 일을 드디어 처음으로 한 것이다.
내가 그 친구를 referral 해줬던 이유는,
1. 우선 좋은 학교와 좋은 논문 실적을 가지고 있었고
2. 미국 신분이 보장된 상태였고
3. 나와 대화했던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미국으로 오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 있었고
4.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잘 어필하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개 엔지니어인 내가 referral을 해준다고
뭔가 결과가 크게 바뀐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친구의 미국으로의 첫 도전이 잘 이루어지기를 맘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응원한다.
나중에 잘 되어 산호세 지역에서 보게 된다면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지...
Best wis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