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올리겠다는 말, 그건 계약 종료의 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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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를 올리겠다는 말, 그건 계약 종료의 뜻이었을까”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계약 갱신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해진다.
특히 임차인에게 가게를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과 노력, 손님들과의 유대관계, 생활의 기반까지 함께 정리해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그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과연 임대인은 기존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계속할 생각이 있는 것일까'
민법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민법 제639조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임차인이 임차물을 계속 사용,수익하고 있고,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않았다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를 흔히 ‘묵시적 갱신’이라 부른다.
여기서 핵심은 ‘이의’다.
임대인이 이의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가 계약의 존속 여부를 가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떨까.
계약이 끝난 직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월세를 올리겠습니다.”
이 말은 과연
“계약을 더 이상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계약은 계속되지만 조건을 조정하자”는 뜻일까.
최근 대법원은 이 질문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민법 제639조에서 말하는 임대인의 ‘이의’란, 단순한 불만이나 요구가 아니라 더 이상 임대차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명시적으로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묵시적이거나 조건부인 경우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 이 임대인은 계약을 끝내려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월세 인상 요구는 성격이 다르다.
민법 제628조는 경제사정의 변동 등으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가 장래의 차임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차임증액청구권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월세를 올리겠다”는 말은
“이 계약은 계속되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표현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뒤 임대인이 차임증액청구권을 행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 더 이상 임대차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민법 제639조의 ‘이의’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리는 이렇게 된다.
임대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적이 없다면,
임차인이 계속 사용,수익하고 있는 이상 임대차계약은 이미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월세를 올리겠다는 말은 계약 종료의 선언이 아니다.
그 말만으로는 “나가라”는 뜻이 되지 않는다.
이 판단의 밑바탕에는 임차인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민법의 취지가 깔려 있다.
임차인이 아무런 이의도 듣지 못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나중에 와서 “사실은 계약이 끝난 상태였다”고 말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법은 임대인이 정말 계약을 끝낼 생각이었다면,
그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지를 묻는다.
임대차 분쟁에서 종종 감정이 엇갈리는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말하지 않은 것과,
말했어야 할 것의 차이'
법은 그 사이에서,
계약을 갱신할지 종료할지 분명히 밝혔어야 할 임대인이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책임을,
계약이 계속될 것이라 믿은 임차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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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판례 및 조문 *
차임증액[임대차계약이 갱신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315046 판결
- 민법 -
제628조(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제635조(기간의 약정없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①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상대방이 전항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1.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하여는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월
2. 동산에 대하여는 5일
제639조(묵시의 갱신)
①임대차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에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사자는 제635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전임대차에 대하여 제삼자가 제공한 담보는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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