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를 보았다.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님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약방 머슴살이를 했다. 해방 후 처음 실시한 한약사 국가 자격시험에 통과해 19세에 남성당한약방을 차린다. 약가는 낮은데 좋은 재료를 써 효험 좋았던 터라 전국에서 손님이 몰린다. 그는 20년간 모은 돈으로 1983년 경남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세우고, 잘 키운 뒤 1991년 국가에 헌납한다. 100억 원이 넘는 자산이었다.
1990년 창간한 옛 진주신문에는 월 1000만 원에 달하는 적자를 10년간 보전해 줬다. 토호세력이 겁 없이 설치지 않도록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지난해 60년간 운영해 온 한약방 문을 닫았다. 남성문화재단의 남은 자산 34억 원도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다. 그러나 자신을 내세우는 인터뷰는 일절 거절했다.
결국 본인 인터뷰나 자신을 절대 우상화 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고 제작된 다큐라고 한다. 어떤 이는 이분을 살아 '움직이는 사회보장제도'라고 하고 어떤 이는 '아낌없이 주는 큰 바위 얼굴'이라고도 말한다. 나는 이런 분을 '이 시대의 산 소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머리로는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살아내라고 하면 '어른 김장하' 같은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려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 어니스트처럼. 뚜렷한 야망이 없더라도, 진실한 소망을 바라며 그렇게 작은 일 하나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매사에 1.5배 정성을 다하고 만나는 사람을 편견 없이 정성껏 대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인생의 깊이와 넓이가 그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소망은 우리가 믿는 바를 사들이는 것이다. 절망에 빠져 뒤돌아서지 않는 것이고 징글징글하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사람은 구제불능이라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모순적인 세상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것이 아닐까?
소망을 품고 살기보다 절망하며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것이 너무나 편리한 요즘이다. 어떤 위험이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소망을 품고 산다는 것은 시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험난한 여정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소망을 품고 사는 이에게는 무엇보다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고 그 바탕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해서 분수에 맞게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며 나 자신이 어떤 상황 속에 놓인 건지 어떤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인지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 어떤 방식으로 배려하며 친절을 베풀 것인지 등등 되돌아보고 깨닫고 현실에 적용하면서 마땅히 고찰해야 할 것들을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늘도 기도한다.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들을 고민할 수 있기를. 생각나는 이를 위해 힘써 기도하기를. 오늘 만나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따뜻함을 주시기를. 주어진 시간을 조금 더 유용하게 흘러 보내기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과정 속에 오늘이 될 수 있기를.
*진짜 어른: 자기 연민을 내려놓고 그 빈자리에 다른 사람을 연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비로소 어른의 시작점이라는.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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