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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들 Sep 27. 2022

뇌의 운영원리에 잘못된 점은
하나도 없다

-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1.6. 뇌의 운영원리에 잘못된 점은 하나도 없다

우리의 현재 삶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어떤 요인이 뇌 화학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문득 세상의 모든 슬픔이 나에게만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불안증 유병률 역시 30퍼센트로 상위권이다. 우울과 불안증은 매우 흔하다. 우울증 퍼즐에서 현재 처한 상황은 약간의 통제력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조각이다. 이 중에는 우리가 교체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화의 희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출처:https://https://www.oecd.org/coronavirus/policy-responses/dynamic/covid-policy-responses/0ccafa0b



뇌를 이해하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 희망이 보인다

긍정심리학의 권위자인 소냐 류보머스키는 행복 연구를 한 심리학자다. 그녀는 사람이 자기 행복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유전적 요인 50퍼센트, 환경요인 10퍼센트에 좌우된다. 유전자나 어릴 적 경험, 그 외 삶의 방식에서 온 것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의하면 전체 행복의 약 40퍼센트 정도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40퍼센트가 작아 보이는가? 잠시 생각해보면 꽤 큰 값이다. 우리 안에서 40퍼센트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을 찾기 어렵다. 노력으로 키를 40퍼센트 키울 수 없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행복의 수치 40퍼센트가 작게 보여도 우리에게 변화의 희망이 있다.      


우울증이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뇌 회로가 바로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뇌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뇌 회로의 다양한 활동과 화학 작용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는 우리가 교체할 수 있는 것과 교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물학적 상태를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적 한계를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면 뇌에서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놓여 있는지 인정할 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우울과 불안의 바탕에는 첫째 생물학적 요인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한 유전자다. 어떤 사람은 우울감이 남보다 잘 느껴진다. 특정한 감정회로의 조율 방식을 결정하는 어떤 유전자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유전자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는 단지 우리의 뇌 회로가 특정한 방식으로 발달토록 경향성을 만들었을 뿐이다. 둘째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경험한 트라우마다. 이것은 유전자의 발현과 뇌 회로가 발달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은 후성유전epigenetics에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 발현 방식이 우리 뇌에 모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를 꼭 바꿀 필요는 없다. 행동과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후성 유전에 영향을 준다. 우리 안에 있는 유전자의 영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어릴 적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경험한 사실은 없앨 수 없다.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사실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과 생각을 바꿀 수는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안경을 쓰면 된다. 행동을 바꾸면 우리의 생각이 바뀐다. 생각을 바꾸면 뇌 회로의 작동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 메커니즘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릴 적 경험에 대한 견해도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관점 안경에 따라 변한다.  

   

내 뇌는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심한 우울과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뇌가 매우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이건 그냥 느낌일 뿐이다. 뇌 회로가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활동 유형에 빠져 있을 수는 있지만 여기에 잘못된 것은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 서른 명과 걸리지 않은 사람 서른 명을 실험실에 모은다. 특정한 과제를 주고 수행하는 동안 그들의 뇌를 스캔한다. 특정한 뇌 영역의 활동에서 통계상 작은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누군가의 뇌를 관찰하여 우울증 여부를 알 수 없다. 어떠한 뇌 스캔과 실험실 검사로도 우울증을 진단할 수 없다.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다고 한강의 공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회로가 어떤 한 방향에 맞춰지면 뇌를 우울증에 빠뜨릴 수 있다. 다른 습관 회로, 스트레스 회로 등도 그렇다. 모든 뇌 회로는 조건만 맞으면 우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울증에 걸려도 뇌에 상처가 난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같은 신경 회로와 뇌 구조로 되어있다. 뉴런의 연결 방식, 뇌 회로의 역동적인 활동과 의사소통 방식은 사람 수만큼 제각각이다. 각 신경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특정한 유형을 만들며 서로 공명 한다. 생각, 상호작용, 사건은 전체 시스템과 공명한다. 그중 하나만 흔들려도 뇌 안에서 우울증을 촉발할 수 있다.     


각 신경 회로는 활동하고 반응하는 표준적인 유형이 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회로의 반응성 또는 흥분성이 높으면 회로가 쉽게 활성화된다. 분노 회로의 흥분성 정도에 따라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의사결정 회로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었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은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더 심해진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 사교 회로가 그렇게 생겼다. 부끄러운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누군가를 만날 때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된다. 그런데 계획 세우기가 즐겁지 않다. 이 두 회로의 성향으로 나는 우울의 늪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부끄러움을 느끼면 불쾌해지고 계획을 잘 세우면 부끄러움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계획 세우기가 어려우니 이 또한 불쾌하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계획 세우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런 성향을 자각하면 낯선 모임 대신 알고 있는 모임에 나간다. 낯선 모임에 참여한 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거나 산책을 하는 등 노력하여 생활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자각을 한 후 내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다양한 신경 회로가 서로 다른 성향을 품고 있어 사람마다 우울로 빠져드는 길이 다르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도 다르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 탓이 아니다

우울한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우리 뇌의 잘못도 아니다. 우울증 원인을 제공하는 수많은 요소가 있을 뿐이다. 심장병이나 암도 그렇다. 우리가 심장병이나 암에 걸렸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잘못은 아니다. 살면서 몸에 해로운 몇몇 결정을 내린 것이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그는 그냥 특정한 생물학적 상태에 있을 뿐이다. 이때 식습관과 생활 습관, 운동과 스트레스 수준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울증도 그렇다. 우울증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해결책 일부가 될 수는 있다. 변화의 가능성은 늘 우리에게 열려있다.      


같은 소리가 나는 두 스피커 사이를 일정한 거리에서 옮겨갈 때 두 스피커는 상호작용을 한다. 어느 지점에서는 상호작용하여 매우 큰 소리가 들린다. 이때 두 스피커의 작동 원리에는 잘못된 점이 없다. 그냥 정해진 기능대로 작동했을 뿐이다. 시스템의 문제다. 스피커의 각 부분과 입력된 정보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뿐이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전두피질이나 변연계 그밖에 다른 어떤 곳도 운영원리가 잘못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우리가 우울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뇌의 각 부분이 의사소통하는 방식 때문이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환경의 영향으로 서로 다르게 입력되는 정보의 역학관계 때문이다. 

    

우리 뇌를 피아노라고 생각해보자. 명품 악기점에서 샀든 값싼 악기점에서 샀든 피아노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잘 만든 피아노라도 조율이 안 되어 있으면 거친 소리를 낸다. 이때 피아노 자체에 잘못된 점은 없다. 어떤 건반 줄이 심하게 당겨있거나 풀려있어질 뿐이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신경 회로는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를 우울한 상태에 잡아둔다. 한 회로의 활동을 조금만 변화시켜도 전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강력한 도구로 운동과 생활 습관의 긍정적 변화를 들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뇌를 원래 조율된 상태로 되돌려놓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유전자, 트라우마를 바꿀 수는 없지만, 행동을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 후성 유전에 영향을 주어 뇌 회로의 작동 방식이 변할 수 있다. 지금 우울증에 걸려도 잘못된 점은 없다. 누구나 같은 신경 회로와 뇌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모든 뇌 회로는 조건만 맞으면 우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뉴런이 연결되는 방식, 뇌 회로의 역동적인 활동과 의사소통 방식은 다르다. 생각, 상호작용 등은 전체 시스템과 공명한다. 그중 하나만 흔들려도 뇌 안에서 우울증이 촉발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가 계속 우울 상태에 머물도록 반응한다. 이걸 바꾸는 일은 어렵다. 운동 같은 행동으로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변화는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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