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해장국에 소주 한잔] 잊지 못할 그때 그 음식

[뼈해장국에 소주 한잔] 잊지 못할 그때 그 음식

by 나연구소 우경하

'왜 밥을 먹으려 술을 먹지?'

'왜 혼자 국밥을 먹으며 술을 먹지?'

'왜 대낮부터 술을 먹지?'


예전에는 혼자서, 낮에, 국밥을 먹으면서 술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왠지 없어 보이고 이상해 보였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가끔 혼자, 낮이든 밤이든 자주 가는 동네 맛집에서 따끈한 뼈해장국에 시원한 소주를 한 병 시켜서 먹곤 한다.


40대 중반이 넘어가고, 삶의 희로애락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생의 참맛과 멋을 알아가는 것 같다. 술이 세지는 않아서 한 병을 먹으면 적당하고 기분이 좋다. 1인 기업을 하며 시간이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직장인에게는 낮에 술을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다.

내가 뼈해장국을 처음 먹게 된 건 20대 초반이었다. 그 당시 고등학교를 마치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군대를 가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약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자주 어울리며 함께 여행을 다니고 술도 마시곤 했다. 그때 직장 생활하는 친구가 5~6명을 데리고 안동역 앞에 있는 뼈해장국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사주었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고기를 발라 먹고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는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뼈해장국은 내 인생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우리 동네, 서울 도봉구 창동에 내가 자주 가는 맛집의 이름은 창공 감자탕이다. 혼자 갈 때 여름에는 막걸리와 함께, 추운 겨울에는 소주와 먹는다. 이 집은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 그리고 가성비도 좋다. 뼈해장국이 8,000원이다. 요즘 순대국도 9,000원, 10,000원씩 하니까.


2명 이상일 때는 감자탕을 시킨다. 큼지막한 감자와 당면이 들어 있다.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주는데 아주 별미다. 친구들과 함께 먹을 때면 젊은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처음엔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찾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서도 자연스럽게 뼈해장국집을 찾게 되었다. 혼자 앉아 뜨끈한 국물을 호호 불어 마시고, 소주 한 잔을 걸치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특히 안동에서 먹던 뼈해장국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진하고 구수한 국물, 푹 고아진 뼈에서 발라지는 살코기, 그리고 시래기의 구수함까지. 안동 음식은 전반적으로 짠 편이라 뼈해장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릴 때는 매일 먹어서 몰랐는데, 서울에 와서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를 먹을 때면 그 짠맛이 확 느껴진다. 하지만 그 짠맛이 바로 고향의 맛이다. 그리고 그 짭조름한 맛이 오히려 소주와 잘 어울렸다. 국물 한 숟갈, 소주 한 잔, 그렇게 번갈아 가며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이 다 비워졌다.


서울에서 먹는 음식들은 세련되고 깔끔하지만, 고향 음식의 진하고 구수한 맛은 따라올 수 없다. 뼈해장국 한 그릇 앞에 앉으면 안동역 앞 그 작은 식당이 떠오르고,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

지금도 나는 가끔 뼈해장국집을 찾는다. 혼자서도, 낮에도, 밥과 함께 소주를 마신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혼자 먹는 밥과 술이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따끈한 국물과 시원한 소주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를. 그리고 그 맛 속에는 고향의 기억과 청춘의 추억이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을.


뼈해장국 한 그릇에는 내 20대의 우정이, 고향의 맛이,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뼈해장국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인다. 젊은 날의 우정과 고향의 맛,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이 한 그릇에 다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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