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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녕
아빠가 참 좋았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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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Sep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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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의 깊은 만남 이후
한동안 완전히 잊고 지냈던
생각지도 못했던 아빠의 좋았던 점들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미움으로 꾸욱 눌려져서
내 의지완 다르게 마냥 싫어만 하다가
그 미움을 걷어내니 사랑이 보이고
또 노력과는 별개로 자연스레
좋았던 점들이 떠오른것같다.
모든 이들이 빛과 그림자를 갖고 있는데
그 2가지를 다 봐야 입체적으로 그 사람을 아는 거라고 한다.
난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마음속 분개심이 너무 강하다보니
한 사람을 볼때 그냥 너무 좋아! 하다가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
확 떠나버리고,
너무 싫어! 라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면을 보려는
시도 자체를 귀찮아했다.
강원도에 살 때
나란히 식탁앞에 앉아
있
던 기억이 난다.
얘기하다가 문득 고갤돌려 나를 바라보
면
하회탈처럼 길게 빠지는 눈꼬리로
따듯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
어
주었다.
놀란 목소리로 "오! 머릿결이 정말 부드럽네" 라고 얘기
해
줬던
아빠의 표정이 떠오른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시절,
아빠 보러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휠체어
에
아빠를 태워
같이 연못가에 산책갔
던
날도 떠오른다.
큰 나무아래 장판깔린 마루에서 같이 누워
아빠 얘기를 듣다가 내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렇게 두달만에 아빠 보러 익산까지 가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일어날 줄 모르고
푹 잠들어버린 나를
깨우지도 않고 기다리며
가만히 옆에 누워서 잠든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
푹 자고 일어나 아빠를 보니
아빠 그 특유의 예쁜 미소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볼 때
"아빠 나 깨우지. 왜 보고만 있었어?"
"그냥"
"왜 흘긋 보면서 웃어?"
"너 웃겨주려고"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아빠가 하는 말이 진짠지, 아닌지
가끔 헤깔렸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렇게 포근한 바람을 맞으며
같이 평상에 누워있던 그 날은 참 행복했다.
아빠의 그 예쁜 웃음이 잊혀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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