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용서가 된 후엔 용서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근 몇주간 아버지를 새롭게 만나며

어느 순간 내가 아빠를 더이상

미워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게 되었단 걸 느낀다.

그러고 나니 아빠에 대한

무한한 감사함이 올라왔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도저히

몰랐던

나에 대한 사랑

"요즘 돈은 어떻게 버냐

먹고 살만 하냐

나는 괜찮다. 병원에서 잘 지낸다."

그런 말들이

살아계실 때는 늘

"가난의식에 쩌들어 사느라

본인 힘들단 것도 눈치보여

맘 편하게 말 못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빠의 표현들, 그 속마음이

뭐였는지 알겠다.

아빠가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딸 밥 잘 먹고, 건강하고, 돈걱정없이
살았으면 좋겠어.
아빠 걱정말고
딸이 가고 싶은 길,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길 바래

그런 말이었단 걸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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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토록 몰랐을까

아빠가 10년이나 아팠는데..

나는 왜 그 시간동안 내내 힘들어만 했을까

아빠를 마음속으로 미워하지 않으려,

무시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왜 살아계실때는 그게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아무렇지 않게

아빠에 대해 했던 부정적인 말들

"아빠는 나약한 사람이었고,

평생 열등감과 열패감에 젖어 산 사람이라

스스로에게 모든 기회를 앗아버렸어.

그래서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지독한 병에 걸린거야"

라고 했던 말들이..

너무너무 아프고 못된 말이란 걸 이제 알아차린다.

이젠 아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마디만 해도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나를 그렇게 공격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약해지면 안 되고,

못 나면 안 된다고.

그럼 아빠처럼 된다고.

어떻게 그렇게 못된 말들에

그토록 무감각했을까..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나니까

아버지란 존재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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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용서가 된 후엔 용서란 단어가 더이상

필요없어진다.

그토록 오랜시간 미워하느라

용서하려 애쓰느라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딸이었는데도 정말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런 저를 용서해주세요.

이런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이제서야 알게 됐다는 생각도 바꿔야겠다.

지금이라도 이 나이라도 깨달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부터

살아갈 모든 날들에

그간의 부정을 다 녹여버릴만큼

아버지를 사랑하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