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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Feb 05. 2024
31살 스페인에서, 25살 콜롬비아를 헤매는 수덕에게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38일째
31살 2번째 스페인 워킹 홀리데이 중인 내가
6년전,
25살 1번째 해외살이 남미 콜롬비아에 살던 수덕에게
하고 싶은 말.
외국을 여행한다는 건
한국에서 번 돈을 써가면서
이곳저곳을 다닌다는 의미가 되겠지.
물론 그게 속 편하고 가장 쉬운 방법인건 맞아.
그게 지금 너에게 얼마나 부러운 삶인지도 잘 알아.
그런데 왠지 너는
그냥 이곳저곳 가볍게 여행하듯이 훑고 가는 것보단
오랫동안 외국에 머물고 싶지 않니?
어쩌면 너는 이런 경험들을 하게 될거야.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철저히 혼자인 느낌,
일은 해결해야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서 쩔쩔메는 경험,
발품 손품 팔아가며
어렵사리 지낼 숙소를 찾아다니고
비교하고 결정하는 경험,
조금씩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현지 친구들을 사귀는 경험,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풀어내고 이해해가는 경험,
그러면서 점점 현지화되어가는 경험,
원하든 원치 않았든 점점 현지 음식이 익숙해지면서도
가끔은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 잠이 안 오는 경험,
그러다가 떠날 날이 다 되면
"
이 곳은 내 제 2의 고향이야.
영원히 그리울거야." 라며
울면서 친구들이랑 작별하는 경험..
한국음식이 그립단 것 말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지? ㅎㅎ
이제 콜롬비아에 도착한지 1달 남짓 밖에 안 됐는데
정신도 하나 없고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렇게 어렵사리 알바해서 모아놓은 피같은 돈을
이 맛없는 음식과 감흥없는 여행지에 써야하는지 모르겠지?
한국을 떠나
익숙한 환경을 떠나
완전히 다른 언어, 문화, 노동환경, 교육환경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겪는게..
말이 쉬웠지 실제 해보면 해볼수록
아마 더
힘들어질거야.
어떤 것들이 있냐면,
내가 얼마나 익숙한 것들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익숙했던 그 물건 하나 없는게 이토록 불편하고 못 견디게 괴로울 일인지,
그 집착을 붙잡고 살건지, 떠나 보낼건지,
한국에서나 당연했던 가치관, 관념들을
마치 인생의 진리인 것처럼 알고 살았는지,
그 선이 얼마나 가차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
상상 그 이상으로 와장창 깨질 수 있는지,
실은 그 나의 상상이란 것도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얼마나 큰 충격과 불편감을 느낄 수 있는지..
하지만!
그리고 그걸 결국 포기든 이해든
그냥 받아들였을 때 마치
또 다른 자아가
생긴 것처럼, 또 다른 뇌가 생긴 것처럼,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나란 사람이,
나를 이루는 세상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는지!
이러한 것들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
솔직히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영역도 아니지만)
직접 몸을 담그고 뒹굴고 생고생하며
결국 너는 깨닫게 되.
그렇게 온 몸으로 피가 나게 부딪치며 깨달아가는 니가
안쓰럽고 미안해..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준비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내버려둬서 정말 미안해.
지금 그때의 널 생각하면 얼마나 아찔하고 무서운지 몰라.
그런데도 결국 넌 해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들이 와도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넌 그걸
극복해내고, 결국 받아듥이고, 나아가.
그런 니가 너무 멋지고 대견해.
남미에 배낭하나 메고 혼자 가겠다고
결정하기까지 정말 많이 무서웠을테고,
도착해서 적응할 때까지 정말 힘들고,
예상치않은 난관에 많이 부딪치겠지.
하지만
삶의 어느 시기가 됐든
넌 너의 욕망을 미루지 않고,
어떻게든 하는 선택을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외국에서 꼬박 1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살아본다는 건
정말 인생을 바꿀만한 일이야.
바뀌지 않고선 견디고 살 수가 없거든.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와서도 적당히
자신에게 편안한 곳들을 찾아낸 뒤
그 곳만 다니고, 몇몇가지 것들만 누리고,
밤이면 한국 드라마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난 네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래.
아무리 힘들어도 그 곳에 있기에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 사람들을 사귀는
니가 정말 멋진데 조금만 더 시선을 열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꼭 관심갖고 둘러보길 바래.
너에게 더 좋은 문화공연과 색다른 곳으로 떠나볼 기회를
돈을 아끼려는,
돈 쓰기 두려운 마음때문에
잃지 않기를 바래.
그건 정말 그때 아니면 두번 다시 언제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경험이거든.
이걸 지금에서야 깨달아
그때 너에게 말해주지 못 해 미안해.
근데 그 호되게 힘든 시간을 견뎌준 니 덕분에
난 지금 스페인에서 훨씬 더 편하게 지내.
훨씬 더 외국살이에 준비된 자세로
힘든 것들은 훨씬 빨리 극복하고,
좋은 것들은 더 실컷 누리는
여유로운 자세를 갖게 됐어.
지금부터 또 몇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미래의 내가
무사히, 건강히 그 시간들을 보내고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써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고민하고
답을 못 찾아 힘들어하는 것들을
지금의 내가 6년전의 너에게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답이 된 것처럼,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속 시워한게 답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니가 헤매고 갈망하는 모든 것들
다 알게 되고,
해결된다고.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눈치보지 말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마음이 가고 즐거운 것들에
더 세심히 깨어서 나 자신을 존중해주면
미래는 자연스레 열려갈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25살의 남미로 20kg 배낭하나 메고 떠난 건
정말 광기라 불러 마땅한 객기였다.
31살 스페인으로 20kg 캐리어를 슬렁슬렁 끌고 온 건
익숙함을 포기한
용기였다.
30대 중반의 나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무얼 느낄까?
그땐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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