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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 Jan 14. 2021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비결

인터뷰 <선택의 이유> 여섯 번째 인물_야놀자 영업본부 정이랑

"살면서 실패한 경험이 있으십니까?". 

면접관이 물어온다. 지원자는 사전에 준비한 '넘어지고 잘 일어난 이야기'를 잽싸게 꺼내어 이야기한다. 완벽히 거짓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모험심과 의협심 같은 MSG가 가미되었을 수도 있는 경험담이 현장에서 펼쳐진다. 듣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본인이 모험을 의도한 걸까? 모든 걸 애초에 계획한 걸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면접관은 사후에 형성된 이야기 속에서 '사람'이라는 본질을 가려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실패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실패한 기억이 없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선택의 이유> 여섯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야놀자 영업본부 정이랑 님이다. 정작 그녀는 수능에서 참패하고, 꿈꾸던 패션 회사를 퇴사한 이력이 있다. 주말 아침부터 운동을 두 시간을 하고 나타난 그녀는, 지친 기색 없이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말 그녀는 실패 없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려내며 완성작으로만 살아왔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를 읽고 나면 앞으로 그녀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단디 : 이랑 님, 덕분에 요가로 주말을 시작하네요. 좋은 클래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오전, 공복에 만난 단디와 이랑. 두 시간 동안 함께 요가를 했다)


이랑 : 개운하시죠? 저는 평일에 주로 헬스장을 가고, 주말에는 다른 운동을 해요. 등산도 자주 가구요. 새로운 곳에서 운동하면 더 자극도 되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단디 : 좋네요. 공식 질문으로 가뿐히 시작해볼게요. 현재 숙박 O2O 기업 야놀자에 계시잖아요. 우선 이랑 님이 담당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랑 : 원래는 영업이 베이스였고, 지금은 영업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업무 범위가 넓어진 개념이죠. 아시다시피 처음에는 저희를 알려야 했기 때문에 광고 상품을 영업하는 세일즈 비중이 컸어요. 지금은 업계 1위로 자리 잡으면서 어카운트에 대한 퀄리티 관리가 더 중요해요. 업장마다 다른 컨디션을 담당자가 분석해서 더 적합한 광고를 세팅하고 업셀링*을 만드는 게 중점이죠.

*업셀링 : 같은 고객이 이전에 구매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


단디 : 그렇다면 이랑 님에게 야놀자가 첫 회사였나요?

이랑 : 첫 번째는 패션회사였어요. 원래부터 옷을 좋아해서 옷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수능을 잘 봤다면 대학교도 섬유나 패션, 의류무역 쪽으로 갔을 거예요. 패션회사에서 담당한 직무도 직영점 영업관리였어요. 근데 1년을 못 다녔어요.

단디 : 여러 차이점이 있겠지만, 업계 특성상 숙박업계가 패션업계보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거칠지 않나요. 어떠셨어요?

이랑 : 맞아요. 근데 저는 이쪽이 더 편했어요. 의류 직영점 매니저는 대체로 여성이고, 모텔 업주는 남성인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다소 거친 표현이라 해도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고 협상하는 방식이 더 잘 맞더라고요. 섬세한 감정 케어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된다, 안된다를 확실하게 알려드리고, 되는 부분은 100% 지원해드리는데, 이런 방식을 업주님들도 선호하세요.


단디 : 숙박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재직자 비율이 더 높잖아요. 그럼에도 이랑 님 스타일은 업계에서 더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네요.

이랑 : 맞아요. 처음에는 숙박 업장으로 찾아가서 미팅할 때 불편한 상황도 있었어요. 업무에서 성별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지만, 업주와 이야기할 곳이 마땅치 않아 룸에서 미팅하는 경우에 난감했죠. 하지만 제가 불편한 부분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단디 : 현재 직책은 팀장이시죠? 일하시면서 보람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이랑 : 팀원들이 워라밸이 좋다는 평가를 할 때 뿌듯해요. 숙박업이다 보니 시즌별 프로모션이 있고 타임라인에 따른 업무처리가 중요한데, 할 일은 제때 하되 일에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해요. 업무 외 시간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롱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팅 스타일은 오히려 팀원 역량을 믿고 맡기는 편인데, 스트레스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자주 물어봐요. 저 혹시 꼰대 같나요? (웃음)


단디 : (먼산…)(웃음) 근데 앞서 패션에 관심 있다고 하셨잖아요. 체육교육학과 진학은 어떻게 된 사연이죠?

이랑 : 아, 수능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완전 망했어요. 그래도 생일파티는 해야하잖아요? 놀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 가채점을 하는데 시험지에 비가 줄줄 내렸죠.

단디 : 그때부터 파티에 진심이셨군요. 그래도 체육이면 일찍이 실기 준비를 해야 되지 않나요?

이랑 : 다행히 운동 신경을 타고났나 봐요. 애초에 체대 입시반 담당 선생님이 저를 눈여겨보고 준비해보자고 하셨는데, 그때마다 ‘패션 쪽으로 갈 거다’하며 거절했었죠. 근데 무릎은 꿇어도 재수는 못하겠더라고요. 수능 다음날 체대 준비반 선생님 앞에서 무릎 꿇고 ‘저 대학 좀 보내주세요’ 하면서 빌었어요. 수능보다 내신과 실기 비중이 높은 학교로 원서를 내고, 3주 동안 준비했어요.


단디 : 성장드라마의 한 장면인데요. 애초에 교직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대부분 임용을 준비하는 분위기였을텐데 취업 준비를 하셨다면.

이랑 : 처음엔 '잘됐네. 선생님 해볼까? 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생활했어요. 다들 2학년 겨울방학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분위기였고요. '나도 그럼 선생님이 되려다 보다'하면서 지냈어요. 근데 교생을 나가고 그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공교롭게 교생 하는 기간에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는데, 선생님으로서 학생만큼 학부모를 대하는 일이 중요하더라고요. 학생들이랑 보낸 시간은 좋았어요.

단디 : 일로 마주하면 보기 싫은 부분까지 다 봐야 하잖아요. 애정 하는 대상이 일로 다가오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지치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랑 : 맞아요. 학교도 그렇지만 저한테는 옷이 특히나 그랬어요. 옷이 좋아서 의류 회사에 왔는데 옷에 질려서 쇼핑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예뻐서 산 건데 셀링 포인트를 찾아야 하고, 마음에 안 드는데 기획상품, 주력상품이라서 팔아야 하고… 좋아하는 건 일로 하지 말자, 그래야 이걸 계속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다, 라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단디 : 좋아하는 속성이 여러 가지죠. 동경하는 랜드로 남겨놓고 싶은 곳도 있죠. 새로운 필드, 숙박업계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이랑 : 저는 취준을 못 견뎌했어요. 그래서 취업 준비를 도와주는 학원을 다녔어요. 영업관리 경력을 살려서 빠르게 재취업하려는 전략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장녀 콤플렉스가 크게 작용했어요. 부모님의 기대를 빠르게 충족시켜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죠. 대기업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탐탁지 않아하셨어요. 거기다 들어본 적도 없는 숙박업계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모텔로 가서 영업한다'라고 하니 걱정을 많이 하시긴 했죠. 그래도 제 선택을 믿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서 마음 놓여하세요.


단디 :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판단하고, 정면 승부하는 스타일이시네요.

이랑 : 면접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항상 '실패했던 경험이 기억이 안 난다'라고 대답해요. 실패한 경험 있긴 하겠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 이걸 타개하려는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요. 그래서 그걸 실패로 기억 안 하는 것 같아요. 수능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 어떤 시선에서는 실패잖아요. 저는 ‘이참에 다른 더 좋은 기회를 찾았어.’라고 생각해요. 종교가 있는데 '무엇을 바란다'는 기도는 안 해요. 무언가 얻어내려면 바라고 있을 게 아니라 탐구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단디 : 2020년 베스트 모먼트로도 꼽으셨던 바디 프로필... 솔직히 퀄리티에 굉장히 놀랐어요. 운동강사로 전직이라도 하신 줄.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도 촬영은 또 다른 느낌인가요?

이랑 : 운동이 일상처럼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바디 프로필은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일단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죠. (웃음) 보통 이렇게까지는 안 하시는데 저는 촬영만 3번 했고 준비를 많이 했어요. 누가 봐도 '전문가 같다. 진짜 바디 프로필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생각한 것보다 자신의 체형에 예쁜 구석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단디 : 최근에는 <언니의 호텔>로 유튜브 채널도 시작하셨는데, 바디 프로필 촬영 후기도 콘텐츠로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이랑 님만큼 운동, 등산, 파티에 진심인 분도 드물거든요.

이랑 : 이번에는 PT를 받고 했는데, 다음번에 트레이너 없이 혼자서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브이로그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필요한 예산, 구매해야 하는 아이템 등 디테일한 정보도 공유하고요.


단디 : 이게 해본 사람만이 아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등산 갈 때 레깅스만 입어도 안 민망한지, 파티할 때 챙기면 좋은 아이템은 뭔지, 헬스장 갈 때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지 같이 사소한 부분이요. 멋지고 쿨한 라이프스타일도 일종의 연출이잖아요. 이랑 님에게는 간단한데 안 해본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를 공유해주면, 신선한 콘텐츠로 다가갈 것 같아요.

 이랑 : 역시 인간은 집단지성이에요. 이런 아이디어를 주시니 너무 좋네요. 아직까지는 콘텐츠 톤 앤 매너에 대한 고민도 많고, 하나씩 배우면서 해보고 있어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헬스장 있는 호텔 위주로 쭉 리뷰해볼 계획도 있고, 그렇지 않은 테마로도 콘텐츠를 구상 중이에요.

단디 : 마지막으로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지금 바로 앞에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이랑 : 당장 이 회사를 뛰쳐나가야 한다, 정도의 스트레스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자신을 환기하고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기를 추천해요. 막연히 적성을 모르겠다 하는 상태라면 더 적극적으로 놀아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세요. 크리에이터 클럽 같은 모임도 적극 추천해요. 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을 때 얻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거든요.

 

단디 : 여러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니체의 '악행이라도 저질러라'는 말이 있듯이. 그 과정에서 숨어 있는 에너지를 찾게 되잖아요.

이랑 : 하나의 행동을 취하려면 얼마나 큰 결단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필요해요. 행동하기를 권장하고 또 응원하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누구나 ‘이렇게 되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 하나쯤 가슴 한편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누구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누구는 생각에서 그치는 걸까? 청소를 자꾸 미루게 될 때, 청소 브이로그를 본다. 여유로운 주말에는 다이어터의 집콕 브이로그를 본다. 냉장고에 쌓인 재료로 주섬주섬 꺼내 건강식 요리를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열정은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 시작해보면 알게 된다. 행동할 때 잡념이 사라지고, 문제가 간단해진다는 걸.

 

행동하는 사람은 심플하다. 상황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핑계 삼지 않는다.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실패로만 끝나는 새드엔딩은 없다. 운동을 하면 숨겨진 체형이 드러나듯이,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당신의 잠재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겠다. 2021년 1월, 무엇이든 시도하기 좋은 달이다.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You remind them of what they forget.

 - <LaLa Land>

2020.11.21 mark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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