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프로젝트 지구인 3호
눈앞에 맞닥뜨린 환경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프로젝트는 일상 속에서 환경에 진심을 다하는 인플루언서를 ‘지구인’이라 칭하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직접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친환경 웹툰을 그리고 있는 작가 밀키베이비(@milkybaby4u)의 ‘친환경 실천기’를 소개한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고, 모든 생명은 상호의존적이다.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동물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인간도 행복할 수 있다.
-밀키베이비 김우영
Q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가족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랫동안 아팠어요. 우리 부부가 면역 질환으로 수년간 고생했는데, 태어난 아이가 똑같이 면역 질환으로 아프기 시작하니 결단을 내려야 했죠. 기존의 생활방식을 모두 바꿔 보기로 했어요.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을 소위 환경병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동안 화학물질 샤워를 하면서 사는 것에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일상에서 화학물질을 최대한 피하기로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엌에 가득한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야 하고, 매일 쓰는 비누 성분을 살펴봐야 하고, 채소에 쓰인 제초제를 알아봐야 하고, 우리가 입는 옷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하는 등 공부가 필요했어요. 인간이 편리하고자 만든 물질 때문에 우리 가족을 비롯한 많은 생명이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알수록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우리 가족의 이 지난한 과정을 웹툰으로 연재하면서 환경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Q 환경 관련한 다양한 키워드 중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많은 것이 ‘소비’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소비,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물건을 선택할 권리가 있거든요. 내가 구매하는 행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각성’이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어요. 윤리적인 기업의 물건을 찾아 구매하고, 환경에 덜 해로운 포장재를 요구하는 것도 소비자의 역할이죠. 예컨대 사람들이 친환경, 비건 제품을 찾을수록 기업은 비건 제품을 하나라도 더 생산하게 돼요. 저 역시 덜 사고, 의식 있게 소비하며 기존의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소비자의 힘이 꽤 크다는 것을 늘 상기한다면 지구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지금 환경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자라면서 접하는 식품, 공기, 물 등 외부 환경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이상 더 큰 틀에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현세대의 편리함 때문에 다음 세대에게 끔찍한 환경을 물려주면 훗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았죠. 그래서 예술가이자 부모로서 행동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환경을 위해 우리 가족이 일상에서 직접 실천한 ‘그린 밀키’라는 툰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웹툰을 본 독자들로부터 어떤 약을 썼는지, 어떤 방법으로 나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남편은 스테로이드제를 완전히 끊었고, 저와 아이도 화학물질을 피하고 유기농을 선택하면서 건강이 차츰 좋아졌어요.
웹툰으로 담지 못한 메시지는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려요. 환경오염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미지보다는, 지켜야 할 부분에 대해 함축적으로 다뤄요. 이를테면 <축복 - lost days>이라는 작품은 화창한 날에 한강공원에서 책을 보는 모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실은 미세먼지 몰아치는 봄날에 완성했어요. 공원에서 마음 놓고 숨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날들이 줄어들어서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을 지키자는 간절한 바람으로 그렸죠.
Q 친환경 라이프를 위한 실천이 고되고 힘들 때도 있을 텐데요.
‘당장 내일부터 채식주의자가 되겠어!’라고 생각했으면 힘들었을 텐데 그냥 ‘하루에 한 끼만 채식을 해볼까?’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았어요. 텀블러나 손수건 챙기기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딸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제가 심적으로 힘들 때는 개인에게 불편함과 환경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것을 볼 때예요. 물건을 만드는 기업이 더 크게 바뀌어야 하거든요. 요즘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린’을 내세우고 있어서 진짜 환경친화적인 기업이 맞는지 잘 살펴봐야 하고요.
Q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 선택지가 없었어요. 면역 질환은 원인도 없고 약도 없기 때문에 노케미, 친환경 생활을 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고, 자유로운 외출도 힘들 만큼 일상이 망가지거든요. 웹툰을 올리고 난 후에 알게 되었는데, 우리 가족과 똑같은 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 연령대도 다양했어요. 그래서 저의 경험과 실천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본격적으로 친환경 라이프로 전환한 후부터는 저의 경험의 차원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이건 어디서 왔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 이 제품과 다른 것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행동하니까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Q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노력, 윤리적 소비, 제로 웨이스트 등 친환경 라이프 실천을 이어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친환경 실천기를 담은 웹툰이든, 일러스트 작품이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노하우를 주고받게 되었어요. 친환경 수세미를 이용해본 경험을 웹툰으로 올렸을 때, 어떤 분은 삼베 수세미를 추천해 주고 또 다른 분은 친환경 수세미의 다른 용도에 대한 팁을 주었어요. 가장 좋은 점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환경에 관심 갖는 독자가 생기고, 저는 또 그분들을 보며 다시 동기를 얻는다는 거예요.
Q 환경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단편적인 일러스트를 그렸다면, 앞으로는 어른과 아이를 위한 스토리를 담은 책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림책이 될 수도 있고, 툰이 될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그렸던 일러스트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 하지만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책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전시도 열고 싶고요.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환경 감수성이 높거든요.
Q 환경보호에 의지를 갖고 친환경 라이프 실천을 다짐하는 사람들을 위해 독려가 될만한 이야기나 생활습관 실천법을 추천해 주세요.
밀키베이비의 ‘친환경 실천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지구를 위해 내가 좀 불편하게’라고 말하지 않아요. 불편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거든요. 이왕 할 거라면 ‘나를 위해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채식을 시작하면서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알고 신이 났어요. 예를 들어, 두부강정을 만들어서 떡볶이 소스를 얹어 먹었더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같은 의미에서 좋은 점들을 즐기는 거죠. 옷을 덜 사니 옷장이 참 쾌적해 기분 좋고, 비건 뷰티 제품을 쓰면서 내가 동물들을 괴롭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나와 지구를 위해 의미 있는 나날을 보내면 ‘불편한’ 하루가 아니라 ‘행복한’ 하루가 된다는 것을 매일 느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지구인 여러분도 꼭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지구인’ 밀키베이비가 시작하는 지구인에게 추천해요
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 2018>
육식을 즐겼던 남편과 채식의 좋은 점을 같이 알아가려고 본 다큐멘터리입니다. 채식을 하면 허약하고, 육식을 하면 건강하다는 통념에 질문을 던지죠. 남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최근 저와 채식 식당에 자주 가요.(^^) 식구들과 식단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고민 중인 분들께 추천해요.
영화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 2017)
이 다큐멘터리는 아이와 함께 보길 추천해요. 산호가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빠르게 산호초가 죽어가는지를 보면서 저 역시 충격을 받았어요. 해변에 놀러 가면 다 같이 비치코밍(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일)하고, 해양오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산호의 노래>)을 그리는 계기도 되었어요.
정리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