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8일 수요일 을사년 신사월 정유일 음력 5월 2일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이들의 양상은 다양하다. 현실은 등졌지만 인터넷 너머의 사람과는 교류하는 이도 있고 인터넷에서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뿐 교류하지 않는 이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마저 등진 이도 있으며 사회생활은 하고 있지만 마음만 가면 뒤에 숨어 버티고 있는 이도 있다. 여러 가지 양상이 복합적으로 드러나기도 하며 개인차가 크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경우에는 그럭저럭 상호작용은 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공부하던 분야에서도 상호작용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의도치 않게 공과 사의 구분을 명확히 한다. 명확히 할 생각은 없었지만 공적인 관계로 연결된 상대와의 친목을 어려워한다. 남들 다 친해지는 몇 년의 시간 동안 혼자 겉도는 느낌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지원사업에서 친해진 이들이 있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지원사업 첫 1년 동안은 기껏해야 조금 가까운 지인 정도뿐 유의미하게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이가 없었는데, 그건 모임에 종종 초대받으며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던 작년 상반기의 기지개 직전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에 기지개 OT를 하고 가을 정도에야 좀 더 마음을 열게 된 것 같다. 여전히 친구라고 할 만한 정도의 관계는 두 명 밖에 없지만.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편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내가 트위터 계정을 처음 만든 게 2009년이고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게 2012년이니 삶의 절반 정도를 소셜 미디어와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만, 난 소셜 미디어에서마저도 겉도는 녀석이었다. 소셜 네트워킹이라기보다는 그저 독백의 연속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아주 가끔 주변에 인터넷 너머의 사람이 있을 때도 있긴 했지만, 린 주변 사람들이랑 락 주변 사람들이 전부인가. 두 집단 모두 와해된 지 몇 년이나 지났다. 커뮤니티를 구경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인터넷 너머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편도 아니니, 굳이 따지자면 인터넷 너머에 일방적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도 개인차가 크더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건 어려워해도 가족하고는 잘 지내는 이도 있고, 가족하고마저도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이도 있고. 난 명백히 후자다. 가족은 어중간한 관계에 있는 웬만한 이들보다 어렵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랬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 관계에서도 혼자 겉도는 느낌. 어제는 오랜만에 옆방에 사는 나의 형제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나의 형제는 저녁 시간쯤 퇴근하는 이로부터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가족들은 그래도 가끔 함께 식사를 하곤 하는 모양이다. 가족과의 대화는 역시 청년공간에서 만나 안면은 튼 사이지만 친하지는 않은 어중간한 사람과의 대화만큼이나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