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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Choo Sep 10. 2017

힐링을 선물하는 라벤더 농장 - Milton


너 Lavender였구나!


아침에 사무실에서 빨리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해가 뜨자마자 출근했다. 그런데 옆집 앞 정원에 낯익은 연보라색 꽃이 눈에 보였다. 


'아~ 라벤더 lavender. 이제 너 알아. 너 조금 늦게 꽃이 피었네. 다른 친구들은 다 6월, 7월에 다 폈었는데.'



옆 집 라벤더. 언제 이렇게 꽃이 피었데? Photo by Daniel Choo


라벤더는 향기의 여왕이라고 할 만큼 향이 좋은 허브이다. 그래서 로마시대부터 목욕을 하면서 라벤더를 넣거나 중세에도 세탁물의 향기를 내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라벤더에 들어있는 향기는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두통과 현기증을 완화해줘서 스트레스, 불안, 불면증에 큰 효과를 준다. 그래서 라벤더는 아로마 테라피로 많이 쓰인다. 




Milton 지역을 달리다


토론토의 여름이 한창인 8월 중순, 우리는 Highway 401을 타고 미시사가(Mississauga)를 지나 어느새 홀튼 지역(Halton Region)을 달리고 있다. 이 지역은 옥빌(Oakville), 벌링턴(Burlington), 밀튼(Milton), 그리고 제일 북쪽에 홀튼 힐즈(Hatlon Hills)를 포함하고 있다. 

 

Halton Region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했을 때, 캐나다는 영국이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이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의 독립을 반대했던 영국 왕정파들은 미국에서 지금의 노바스코샤와 퀘벡으로 옮겨갔지만, 일부는 지금의 온타리오 지역으로 옮겨왔다. 영국 왕실은 이들의 충정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의 옥빌 지역의 땅을 불하해줬다고 한다. 그 후 Dundas St. 남쪽 주로 해안가인 옥빌 지역은 영국 귀족들이 모이게 되었고, 북쪽 지역은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러한 노동력으로 1800년대부터 이 지역은 목재사업과 밀 생산지가 되었다. 부동산을 기반한 영국 후손들은 그 후 토론토의 금융, 보험을 장악했다. 옥빌 지역이 지금도 부자 동네로 인식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엄청난 이민자들이 밀려들면서 토론토의 식량을 담당하는 도시 근교농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Highway 401을 타고 가다가 보면 왼쪽으로 바위산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Niagara Escarpment 경관이 보인다. 사실 토론토에 살면 산을 볼일이 없다. 한국에서 늘 보는 것이 산인데 산이 없는 도시라서, 돌아다니다 보면 경관이 단조롭다. 이 바위산을 보니 왠지 반갑고 한국 생각이 났다. 


아름다운 Niagra Escarpment Photo by Peter Kelly




보랏빛 Terre Bleu Lavender Farm


농장 입구에 칠판 글씨로 간단한 안내문이 있다. 

입장료 $10, 2살 아래는 무료! 담배는 안돼요!



Terre Bleu 환영 안내문 Photo by Daniel


외장이 나무로 마감되어 있는 Farm 메인 건물이 농장의 랜드마크이다. 보라색 라벤더 로고와 글자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라벤더 농장은 처음에 가족 농장으로 시작되었다. 2011년에 농장주 Ian은 휴가 중에 방문한 퀘벡의 한 라벤더 농장을 보고 너무 감명을 받고, 라벤더를 한번 키워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후 무농약, 무기농 라벤더 농장을 목표로 2012년부터 라벤더를 심기 시작했다.   



농장의 메인 건물, 이 건물을 지나가야 라벤더 농장으로 갈 수 있다. Photo by Daniel


농장 이름 'Terre Bleu'는 불어인데, 영어로 하면 'Blue Earth'이다. 우리말로 하면 '파란 지구 농장?', '푸른 땅 농장?' 정도 될 것 같다. 불어 사전에 찾아보니 bleue가 맞는 스펠링이라고 하는데, 농장주가 브랜드 이름으로 -e를 빼버렸다. 



라벤더 꿀. 무슨 맛일까? Photo by Daniel




라벤더 향기 주머니 Photo by Daniel



 직접 양봉장에서 채취한 꿀을 판매하고 있고, 비누, 향수, 등등 라벤더 파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라벤더뿐만 아니라 양봉장도 있고, 말 목축도 하고 있다. 그냥 보고 있는 것 만으로 뭔가 위로받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먹어봐야 맛을 아는 라벤더 아이스크림 Photo by Daniel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인기 있는 것은 라벤더 아이스크림이다. 라벤더 향기는 알지만, 라벤더 맛은 뭘까? 이건 먹어 봐야 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입 물고 바로 돌아서는 순간 라벤더를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지려야 안 좋아질 수가 없다. 이게 힐링이지 뭐가 힐링일까?



라벤더 농장 전경 Photo by Daniel
언덕 위로 보이는 농장 건물과 라벤더 Photo by Daniel



파란색 풀과 보라색 라벤더 참 이쁘다. 라벤더 꽃이 약간 지고 있어서 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라벤더 꽃 사이로 걸을 때 느끼는 왠지 모르는 설레고 업되는 기분이 좋다. 이 이랑 저이랑을 타고 다니면서 사진 찍기 바쁘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진이 이쁘게 담기지 않았다. 구글링 사진을 보면 참 이쁘게 잘 나오고, 웨딩 사진도 참 이쁘던데. 아~~ 역시 눈으로 보이는 장면을 어떻게 담느냐가 사진가의 능력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사진을 막 찍다가 농장 주변에 있는 양봉장이 눈에 띄었다. 캐나다도 양봉하는 건 우리나라와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다. 꿀벌들은 언제나 바쁘구나. 꿀을 채취하는 장소에 들어가 봤다. 꼭 100년에 쓰고 그 사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처럼 매우 낡아 보이는데, 안내자에 의하면 바로 몇 며칠 전까지 꿀을 채취했다고 한다. 지붕에 걸려있는 마른 라벤더 한 뭉치만 집에 가지고 가고 싶다. 


언제나 부지런한 라벤다 꿀벌들 Photo by Daniel
100년전에나 사용했을 것 같은 꿀 채집 도구들 Photo by Daniel
한 묶음만 주세요. Photo by Daniel




또 하나의 미션


이제 다 봤다고 생각하는 순간 Yellow Bench Trail 푯말이 눈에 보였다. 파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보라색 안내판 그리고 노란색 글씨. 너무 선명하게 눈에 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트레일로 빨려 들어간다. 무언가 신비로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언제 노란색 밴치가 나오나 하고 천천히 걸어가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노란 트레일 입구 Photo by Daniel
오솔길 Photo by Daniel
시원한 느낌 좋다. Photo by Daniel



안타깝게도 노란색 벤치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어서 사진에 담지를 못했다. 파란색 숲 속에 있는 노란색 벤치를 이쁘게 담고 싶었는데


Yellow door


트레일을 지나가면 또 다른 라벤더 밭이 나온다. 노란색 문이 라벤더 꽃 사이에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보라색 라벤더 사이로 보이는 노란색 문은 머릿속에 쨍한 느낌을 주면서 나를 설레게 했다. 


그냥 달려가서 활짝 문을 열고 뛰어 나가고 싶어 진다. 무언가 나를 유혹하는 느낌. 저 문에 유혹돼도 괜찮을 것 같다. 




라벤다 농장의 하이라이트 노란 문 Photo by Daniel
파란하늘, 보라색 꽃, 노란색 문 Photo by Daniel



근교농업에서 관광 상품으로


이러한 관광농장, 관광농원, 관광목장, 인공 산림은 1차 산업인 농업, 입업, 축산업이 3차 산업인 관광산업과 결합된 형태이다. 외지 관광객에서 농산물의 유통과정을 줄여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상호 이익을 주는 효과도 있다. 토론토 외곽 지역 국도 변에 팜 마켓(Farm Market)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고, 이 곳 라벤더 팜처럼 농장 체험을 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여러 곳 있다. 


이 곳은 관광마케팅의 ABC을 잘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관광 상품은 원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 부여가 중요한데 이 농장은 가족 농원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단 스토리가 있다. 다음으로 친환경, 건강한 상품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아주 잘 부응하는 제품을 가공 생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감성적인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욕구를 잘 만족시켜주는 것 같다. 옥빌이라는 부유한 동네 이미지와 허브 농장이 결합되면서 지역 문화와 근교 농업이 잘 결합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Walk through the door, your worries behind you, your joys are ahead."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걱정은 사라지고 기쁨 환희가 가득할 거예요."



오랜만에 힐링을 느낀 하루였다. 

다음에는 노란색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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