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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Choo Sep 08. 2017

가을을 부르는 Canada Labour Day

투쟁으로 쟁취한 값진 선물  


10시가 될지... 11시가 될지...



"오늘 몇 시에 집에 오노?"

"몰라요! 어머니. 10시 되면 마치겠죠. 집에 일찍 올게요."

"..."


"오빠 저녁에 시간 괜찮아? 아니면 일요일에 시간 있어?"

"음. 확답을 못하겠다."

"..."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늘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다. 저녁에 몇 시에 집에 오는지 말할 수 없었고, 여자 친구에게는 당일 저녁이나 주말 일정마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일찍 마치는 날이면 선임연구원들과 혹은 동료 연구원들과 저녁을 먹어야 했고 자연스럽게 회식이 되어서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기 십상이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하루 몇 시간 일하기로 되어 있는지? 몇 시에 퇴근하는 건지. 내 머릿속에는 그러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미정이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 아닌가?


그냥 노동법만 지키면 해결되는 문제들이 지켜지지 않는 한국의 노동현실은 아직 19세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론토는 노동 운동의 도시


토론토가 역사적으로 노동절이 만들어지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잘 없다. 1860년대 후반과 1870년대 초반에 걸쳐서 Hamilton 지역 인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루 9시간 근무를 위한 탄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Hamilton 지역의 9시간 근무 운동(The Nine-Hour Movement)에 토론토 인쇄 노조(The Toronto Printer’s Union)도 가세하면서 온타리오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다른 요구 사항도 많았지만, 9시간 근무 시간 단축이 가장 핵심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은 쉽지 않았다. 당시 Globe & Mail의 오너였던 George Brown은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고, 반이성적이라면서 노조의 요구를 묵살했다. 


결과적으로, 1872년 3월 25일에 인쇄 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돌입했고, 몇 주 후 토론토에서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가두 행진이 Queen’s Park에서 끝날 무렵 그 인원은 10,000명에 가까워졌다. 





이 파업은 바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후 노동조합의 합법화와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법률이 통과되면서 하루 9시간 근무와 주 54시간 근무가 캐나다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후 1882년 미국 노동 조합장, Peter McGuire가 토론토에 왔을 때, 그 당시 토론토에서 이루어졌던 지역 노동 축제에 감명을 받고 New York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바로 미국 노동절(American Labour Day)을 그해 9월 5일에 열었는데, 이것이 캐나다와 미국이 9월에 노동절이 있는 이유이다. 


1950년대 토론토 노동절 풍경



노동절 기념 프레이드는 토론토에서 시작되었는데, 현재는 미국인들이나 캐나다인들 조차도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생겼다는 사실을 모른다. 수년간 이러한 축제와 퍼레이드가 이루어지면서 1894년에 캐나다 정부는 노동절을 공휴일로 만들었다. 그 후 현재는 하루 8시간 근무,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되었다. 



CNE에서 이루어진 과거 노동절 장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인권을 투쟁으로써 쟁취해 낸 노동절이 정작 노동자들에게 이제는 조금은 어색한 공휴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그 투쟁의 산물은 이 곳 노동자들에게는 확고한 인식으로 자리 잡혀 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 이건 칼 같이 지킨다.  이러한 캐나다의 노동절은 인간다운 근무 환경을 위해서 투쟁한 노동자들의 산물이다.

 




 


2017년 올해 캐나다 노동절(Labour Day)은 왠지 여름의 끝을 알려주는 것 같다. 공휴일이라고 하지만, 날씨가 맑았다가 다시 잔뜩 구름이 껴서 꾸물한 날씨이다. 일요일 저녁의 우울함이 노동절 휴일 월요일로 옮겨지면서 내일 화요일을 그냥 걱정하고 있다. 내일 화요일은 그간의 월요일만큼이나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마음 한 구석에서 '정말?'하고 누군가가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창밖에는 가을이 보인다. 가을로 넘어가는 9월의 여름은 은근히 멋진 달이다. 8월보다 좀 더 친절하고, 젠틀한 여름이다. 땀이 안나는 쾌적한 여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여름이다. 왠지 9월의 노동절이 가을을 부르는 날 같이 느껴진다. 여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처럼…




Cabbagetown downtown Toronto. Photo by Daniel Choo


그러나 여름이 끝나는 9월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여름의 9월이다. 나는 아직 올해 여름을 다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맨발로 샌들을 신고 다닐 것이다. 겨울이 긴 캐나다에서 여름이 지나간다고 푸념할 시간도 모자라다. 월요병이 웬 말이며, 힘들다는 말이 나오기에는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 Dylan Thomas.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 딜런 토마스



잠시 잊은 여름에 나를 내 던질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선선해지는 가을바람을 맞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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