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Daniel Choo Sep 17. 2017

햄버거 테마 공원 - Webers Burger

그곳의 기억을 지우려고 다시 찾다


다음에 얼마든지 먹자.


작년에 차를 사고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차 없이 토론토에서 생활하다가 직장을 잡고 차가 생기게 되니 주말마다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주중에는 어디 갈 곳을 찾아보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토요일 아침이면 그 집 앞에서 기다렸다. 


"오빠 오늘 알곤퀸 공원 정말 가는 거야? 아이 좋아~~. 가는 길에 Webers Hamburger 먹으면 안 돼?"

"가면서 먹자. 가자!"


Highway 11번을 타고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올라가니 검은색 커티지 풍의 Webers 햄버거 집이 나왔다. 그런데 줄이 거의 30m 넘게 놀이동산 줄처럼 사람들이 서 있었다. 


"오빠 오늘은 알곤퀸에 가야 하니 다음에 먹자."

"너 계속 먹고 싶어 했잖아."

"이제 오빠 차 있으니 자주 올 수 있잖아. 오늘 운전 많이 해야 하는데 알곤퀸부터 가자."


그렇게 이야기한 그다음이 오늘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 곁에 지금 없다. 




친구들과 차를 타고 올라가는 Highway 11번 길 위를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음악, 새로운 풍경으로 내 기억을 바꾸고 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가 오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차는 어느덧 Orillia 도시로 들어왔고, 고속도로로 주황색 육교가 보인다. 다 왔구나.


Webers Hamburger는 토론토에서 햄버거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집이다. 그리고 토론토 북쪽 지역인 무스코카 지역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번 정도는 들려서 한 끼를 해결하는 햄버거집이다. 


1963년 7월에 문을 연 이 가게는 3대에 걸쳐서 이어지는 가족회사다. 그래서 Webers라는 이름은 주인 Paul Weber에서 따 왔다. 할아버지 Paul Weber는 무스코가 Cottage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음식 배달 일을 하다가 햄버거 집을 열었다. 햄버거 패티가 숯(charcoal)에 구워져서 나온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유명하게 되었다. 



가게 앞 육교와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 가게가 유명세를 타다 보니, 북쪽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손님들이 가게로 집입 하다가 맞은편 차와 사고가 났다. 너무 사고가 많이 나니깐 1981년에 온타리오 주정부는 처음에 고속도로 중앙선에 좌회전을 못하도록 차벽과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을 설치했다. 그래도, 햄버거 먹으러 온 사람들이 허리 높이 차벽을 그냥 넘어 다니다가 또 사고가 여러 번 났다고 한다. 다음 해에 주정부는 더 높이 중앙 차벽을 올리고 위험 표지판도 올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1983년에 아들 Weber가 CN 타워 스카이워크(the CN Tower)로 가도록 세워졌던 Front St에 있던 육교를 사서 이곳에 옮겨놓았고, 그 후 이 육교는 공공도로 위에 개인 민간이 최초로 세운 첫 번째 육교가 되었다. 



햄버거를 사기 전에 주변에 보면, 열차가 보인다. 사실, 서울 근교에서 이런 풍경을 많이 봤기 때문에 확 새롭다 이런 느낌은 없었다. 근데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은근히 재밌다. 

1987년에 가게 건물 뒤에 폐차하려고 했던 기차를 싸게 캐나다 국영 철도청에서 사 와서 조리 관련 기계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 후에 몇 개씩 더 사 와서 식당칸도 만들고 화장실도 만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처음에 화장실을 10분 넘게 찾다가 찾기 힘들어서 물어봤더니 열차에 들어가라고 알려줬다. 볼 일을 보고 전체 열차가 몇 대 세워져 있는지 세워봤는데 8대였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각각 열차가 하는 기능이 달랐다. 사무실 열차, 식당 열차, 화장실 열차, 냉동장치, 냉동열차  음식가공 열차, 창고 열차가 이쁘게 세워져 있다. 







주변 분위기로 먹는 햄버거의 맛


요즘 은근히 햄버거를 많이 먹고 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맛있다 하는 햄버거라고 해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그냥 햄버거가 막 들어왔다. 




메뉴를 시킬 때 직원이 한 명 한 명 앞에 서서 노란색, 파란색, 녹색 주문지에 연필로 써서 주면 그 종이로 계산하면 된다. 그 종이가 각각 종이 박스에 놓고 햄버거랑 프라이즈랑 팹시 콜라를 담아주는데 이 심플 컨테이너가 귀엽다. 




3단 패티 치즈 버거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햄버거가 싱거웠다. 조금 전 주문하면서 앞에 할아버지가 자기 햄버거 필링에 소금을 뿌렸던 게 생각이 난다. 그때는 왜 그러지? 햄버거를 짜게 드시나 생각했다. 직접 먹어보니 싱거웠다. 할아버지 굿. 케첩을 많이 뿌려 먹으라고 했던 어느 블로거의 후기 댓글이 생각이 났다. 



햄버거 테마 공원


Webers는 그냥 햄버거집이 아니다. 이 햄버거집은 햄버거 테마 공원이라고 하고 싶다. Cottage 풍의 가게 굴뚝에서 나오는 숯 연기가 정말 캐나다에 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가게 뒤편으로 세워져 있는 열차들과 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다. 굳이 열차 간에 먹지 않아도 된다. 겨울이면 들어가서 먹어야겠지만. 녹색 잔디와 색색의 테이블과 파란 하늘이 너무 이뻤다. 햄버거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어던 갤러리 뒤편에 온 느낌? 어디에 앉아서 먹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였다. 흔히 분주한 맛집 주변에 쓰레기 떨어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너무 좋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참 가족적이다. 다들 가족끼리 와서 이른 아침 식사를 햄버거로 하고 있다. 여유가 느껴지는 토요일 오전, 가만히 보면 어딜 가나 남자들은 먹기 바쁘고, 여자들은 맛있게 먹는 남자들을 조금은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다. 






언제나 다음은 없다. 


여행 다음 날 아침!


"아 어제 Webers 버거 먹고 올걸 그랬나? 배고프다."

"오빠 좋아하는 맥모닝 먹으러 갈까?"

"앗싸~ 집 앞으로 갈게"




이제는 그 기억을 어제의 기억으로 바꿀 시간이다. 

어제 먹은 Webers 햄버거 맛의 기억으로 씩 웃고 넘어간다. 




September 17, 2017

Daniel Choo

Instagram 

Facebook

Brunch


매거진의 이전글 힐링을 선물하는 라벤더 농장 - Milton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