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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pr 22. 2016

지지 않는다는, 말

"모모야. 사는 게 다 그래"

얼마전 친구로부터 책 선물을 받았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친구는 책에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곤 우리는 오래도록 책을 쓴 김연수 작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김연수 작가가 무척이나 좋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문체를 닮고 싶다고도 했다. 며칠 후 친구가 선물한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상자를 튿어내고, 표지를 살펴보았다. 빨간색 코끼리가 운동화를 신은 채 다리를 움직이는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4월 16일, 광화문에 가기 전 책을 백팩에 챙겨 넣었다. 


비가 왔고 바람이 차게도 불었다. 축축한 땅에선 물내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산을 펴들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노래를 들었다. 세월호 2주기, 내내 비가 왔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고개를 저어댔다. 롱스커트를 챙기고, 겨자색 스웨터를 꺼내입은 손을 몇 번이고 쳐다보며 자책했다. 인파 사이를 뚫고 세종대왕 동상에 다다랐다. 동행한 친구들도 우산으론 막아지지 않는 비에 울상 짓고 있었다. 


"우리 어떡할까? 좀 피해야하지 않겠어?"

 "나도 어떻게 할까 생각중이었어. 일단 세종문화회관으로 피해있자" 

도착한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몸살이 올 것 같다. 몸이 으슬거렸다. 화장실에 가 대충 물기를 닦아내곤 몇번 손으로 몸을 쓸어댔다. 카페에 가 초콜릿 음료를 사먹었다. 이것도 친구의 흔적. 친구 K는 4월이라며 나에게 4개의 커피쿠폰을 보내왔다. 

나는 그 마음을 안다. 따뜻함으로 무장한 그 마음에 울었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10시가 되고, 분당에 사는 친구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의 온기가 절실했다. 최근 겪고 있는 마음의 불안이 혼자로 두게 만들면 안된다고 종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친구의 어머니는 말했다. "모모야. 사는 게 다 그래." 어찌나 울었던지. 붉어진 눈과 얼굴로 그날 밤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감기는 눈을 부릅 뜰만큼 그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그건 아마 그때 우리를 감싸던 따뜻한 온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오늘, 참 따뜻했노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세월호 2주기를 그렇게 보내고, 마음을 몇번이고 다독였다.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는 말. 나는 그 말을 매순간 절실히 느낀다. 내가 아프면 다른 이의 고통은 좀처럼 들어차지 않는다. 고르지 못한 성정에 그 마음조차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다잡고 생각하는 건, 순간 마다의 절실한 위로와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다. 기억하고 건네는 위로의 말들. 내가 받은 것들이고 내가 되돌려 줄 무언가다. 


옆에 책 한권이 있다.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이다. 겉표지를 훑어본다. 빨간색 코끼리는 색을 바랜채 조금은 번져 있었다. 오른쪽 귀퉁이에 적힌 검은 글씨를 소리내 읽었다. '지지않는다는 말'. 어떤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이 위로로 다가올 때를 목격한다.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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