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omplicated와 Complex의 경계에서

왜 창작 분야가 먼저 타격을 받았을까?

by 현우민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는 단연 AI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제와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에 놀라워했고, 알파고와 딥마인드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경탄했다. 하지만 당시 시스템엔지니어링 학계에서는 “개와 고양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AI가 언제 퀀텀 점프를 이루고,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AI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의 파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시간은 흘러, AI는 방향을 전환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집중했고, 그 성과는 현재에 이르러 ChatGPT,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툴로 이어졌다. 2025년 오늘날, 이 툴들은 업무 전반에 활용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두 가지 상반된 고민을 한다.


내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AI가 침투하지 못하는 새로운 커리어 영역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판가름 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AI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커리어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 글은 그 이해의 작은 단서를 공유하기 위해 쓴다.



Complicated vs Complex


나는 안전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시스템 엔지니어링에서 매우 중요한 구분을 접한다. 바로 Complicated와 Complex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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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icated는 여러 단계와 절차를 밟으면 최종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A+ 학점을 목표로 1,000 단어의 에세이를 작성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제 선정, 문제 해석, 답안 구조화, 예시 작성 등 일련의 단계를 거쳐 평가 기준에 맞추면 결과가 보장된다. 이는 명확한 규칙과 정해진 정보 범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Complex는 다르다. 단순히 정해진 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노드(node)를 생성하고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해를 탐색해야 한다. 정해진 절차가 없고, 결과 또한 단일하지 않다.


오늘날의 AI는 바로 이 Complex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


Note: 노드(node)란 연결망(Network) 안에서 하나의 지점(point), 요소(element), 혹은 단위(unit)를 의미한다.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단순히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서로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듯이, 각각의 요소(사람, 데이터, 변수, 사건 등)를 “노드”라고 하며, 이 노드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연결을 에지(edge)라고 부른다.



의료, 법, 회계가 아닌 예술이 먼저 영향을 받은 이유


그렇다면 의학, 법학, 회계처럼 난도가 높은 영역보다 왜 오히려 영상 제작, 그림, 창작 분야가 AI의 큰 영향을 받고 있을까? 이는 많은 이들이 간과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대중은 흔히 의사가 되기 어렵고 엄청난 양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실제 진단 과정은 대부분 소거법이다. 즉, 기존 지식을 기반으로 증상을 걸러 나가며 답을 좁혀가는 절차다. 이는 본질적으로 Complicated 문제 해결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 문제를 잘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창안하거나 의학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Complex 문제 해결에 해당한다. 이 영역에서 AI가 당장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이미지 생성이나 예술 창작 분야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패턴 학습과 조합에 의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AI가 강력한 역량을 발휘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AI는 이제 더 이상 학계의 실험적 담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직업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되었다. Complicated와 Complex의 구분을 이해한다면, AI가 어떤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어떤 영역에서 아직 한계를 보이는지 분별할 수 있다.


앞으로의 커리어와 산업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보다는 이해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아직 하지 못하는지 명확히 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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