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두 갈래 길에서
오래전 아이자 아시모프 (Isaac Asimov)가 제시한 로봇 3원칙에는 아래와 같이 있다:
1. 제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2. 제2법칙
로봇은 제1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제3법칙
로봇은 제1법칙 및 제2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아시모프는 이세가지 위에 제로 법칙 (0th Law)를 추가했다:
로봇은 인류 전체에 해를 끼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 전체가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즉, 개별 인간보다 인류 전체의 안전을 우선하는 개념이다.
최근 들어 세상은 점점 더 차세대 드론과 군용 로봇의 시대를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나라의 관료는 집 안 침대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드론의 폭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세계 최고 부자는 “수십억 달러짜리 F-35 전투기보다, 저렴하고 다수 운용이 가능한 자폭 드론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장면들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이다.
이렇듯 로봇과 드론은 더 작아지고, 더 똑똑해지며, 더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단순해진다. “과연 안전한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작업장의 헬멧 착용이나 사고 방지를 뜻하는 WHS(Work Health and Safety)의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 WHS가 눈앞의 근로자와 작업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면, 시스템 안전(System Safety Engineering)은 기술 요소와 절차, 그리고 인간의 의사결정이 얽힌 거대한 구조 속에서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문서화하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막아내려는 노력이다.
즉, WHS가 “오늘의 안전”을 지킨다면, 시스템 안전은 “내일의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드론과 로봇이 전장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 시대에, 이 두 개념의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할 때마다 종종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 안전이요? 현장 돌아다니면서 안전모 착용 확인하고, 위험 표지 붙이는 그런 일인가요?”
맞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WHS(Work Health and Safety, 산업안전보건)를 떠올린다. 실제 현장에서 안전을 관리하고, 작업자가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System Safety Engineering, 즉 시스템 안전공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엔지니어로서 둘을 한눈에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두 분야는 모두 목적은 같다. 바로 사람과 환경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위험을 평가하고, 사고를 예방하며, 안전 문화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겹친다. 하지만 접근하는 방법은 다르다.
WHS는 주로 현장 중심이다. 산업 현장, 공사장, 공장 같은 실제 작업 환경에서 안전수칙 준수, 보호구 착용, 사고 예방 관리가 중심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고, 현장에서 점검하는 ‘보호 중심 접근’이다.
반면 System Safety Engineering은 시스템을 중심으로 훨씬 더 넓은 그림을 그린다. 항공기, 자동차, 철도, 원자력 발전소처럼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분석하며 고민한다. 단순히 “안전모를 썼는가”가 아니라, “이 시스템이 어떤 조건에서 사람을 배신할 수 있는가”를 분석하는 일이다. 작은 부품 하나, 소프트웨어의 한 줄 코드, 센서의 오차가 어떻게 거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WHS: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는 현장에서, 규정 준수와 보호구 착용, 작업 환경 개선이 필요할 때.
System Safety Engineering: 복잡한 기술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고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위험이 어디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 예측할 때.
쉽게 말해, WHS는 현장 점검과 보호라면, System Safety Engineering은 시스템 설계와 분석이다.
우리나라에는 ‘안전기사’라는 직무가 있다. 대부분 WHS 성격이 강하다. 공장, 건설현장, 산업 안전 관리 중심이다. 반면 System Safety Engineering은 아직 생소한 영역이다. 하지만 항공, 철도, 자동차, 에너지 같은 산업에서는 이미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WHS와 System Safety Engineering은 목적은 같지만 접근 방식과 활용 범위가 다르다.
사람들은 안전을 우연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WHS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System Safety Engineering, 두 가지가 만나야 비로소 우리가 안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System Safety Engineering이 생소하지만,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그리고 시스템 사고가 늘어날수록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안전을 단순히 ‘규정 준수’에서 멈추지 않고, 설계 단계부터 사고를 예방하는 체계로 확장할 때, 진정한 안전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