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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Jan 10. 2023

결산 오소리웍스 2022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2022년 총결산

안녕하세요.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를 운영중인 단편선입니다.


늦게 2022년의 결산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었으나, 요약하자면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산을 꼭 내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으나, 왠지 송구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새해에는 보다 활기찬 오소리웍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하 결산입니다.


1. 2022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2021년 발표한 소음발광의 [기쁨, 꽃]이 2022 최우수 록-음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또한 [기쁨, 꽃]의 수록곡인 '춤'이 2022 최우수 록-노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역시 2021년 발표한 천용성의 '보리차(feat.강말금)'이 2022 최우수 포크-노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MV] 소음발광 (Soumbalgwang) - 춤 (Dance) / Official Music Video
"‘춤’이 수록된 앨범 [기쁨, 꽃]을 듣노라면 록의 역사라는 거대한 지층 여러 부분을 비틀어 2021년 한국 젊은이의 혼란스런 감정을 표현한 소음발광이란 격렬한 단층운동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한국 록음악을 뒤흔든 이 단층운동의 결과가 압축적으로 밀집된 단층대가 바로 이 곡, ‘춤’이다."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조일동
[MV] 천용성 (Chun Yongsung) - 보리차 (Barley Tea) (feat. 강말금 (Kang Mal Geum)) / Official Music Video

"인상적인 클라리넷 선율이 돋보이는 멜로디 속에서 아주 맑게 열심히 강말금 혼자 오롯이 노래를 하는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예전 할머니 혹은 어머니가 들통으로 가득 끓여놓고 식혀서 그 무겁고 튼튼한 모 오렌지주스 유리병에 담아놓아 냉장고 속에서 꺼내 마시던 그 보리차의 정취까지도 전해진다."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성우진


2.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두 장의 정규앨범을 냈습니다.


보일의 [나쁜 마음]을 2월에 냈습니다. 보일의 [나쁜 마음]은 공동 프로듀서인 룸306의 허민(a.k.a. 퍼스트 에이드)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선과영의 [밤과낮]을 9월에 냈습니다. 복태와 한군으로 오래 활동하던 포크 듀오를 '우리 세대를 위한 우리식 성인가요'로 리뉴얼 했습니다. 여기서의 우리 세대란, 당연히 1980 - 2000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를 뜻합니다.


앨범을 만드는 것은 곧 음악 프로덕션의 본령입니다. 두 음반은 오소리웍스가 낸 다른 여러 음반들과 마찬가지로 큰 상업적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했으나, 몇몇 가치있는 피드백을 획득했습니다.


― 보일의 [나쁜 마음]에 관해

"소리들을 분명하게 정렬하려는 팝/가요의 체계적인 힘과 그럼에도 언제나 기이한 외형을 띠고 나타나는 소리들 간의 '주도권' 다툼은 [나쁜 마음]에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결론을 유예하길 선택한 걸지도 모른다." ― 포크라노스, 나원영
"일렉트로닉, 재즈, 포크의 어법을 입힌 곡들은 아무 정보 없이 음반을 플레이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소리의 세계를 연속적으로 펼쳐놓는다." ― 민중의소리, 서정민갑 


― 선과영의 [밤과낮]에 관해

"지난 한해 나를 가장 울컥하게 했던 곡" ― 배순탁 (선과영의 '해가 지고 바람 불면'에 관해)
"‘밤과낮’ 앨범은 마치 몽돌 같다. 파도에 깎여 모나지 않고 동그란 돌. 아티스트로서, 부모로서, 또 세상에 잊혀서는 안될 이야기를 생각하며 돌을 깎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을까." ― 한경매거진, 김진철(로이)
"열한 살 딸·열 살 아들·막내딸 그리고 반려견을 돌보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음악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자신들과 한 시대를 함께 경험한 동년배들에게 전하는 '어른들의 노래'." ― 뉴시스, 이재훈


선과영은 온스테이지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온스테이지 2.0] 선과영 - 밤과낮
"지금의 주류 팝들이 놓치고 있고 동물원, 어떤날, 이문세에서 찾아야 하는 무언가를 선과영은 들려준다." ―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이대화


일곱 장의 싱글을 냈습니다. 천용성, 선과영, 후하, 소음발광, 전유동이 각 한 장 씩을 냈습니다. 전복들이 세 장을 냈습니다.


이 중 천용성이 낸 싱글 [보리차]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의 수상을 기념, 기존 음반에 수록된 강말금 배우의 가창 버전이 아닌 자신이 부른 버전으로 낸 것입니다. 선과영의 싱글은 앨범 [밤과낮]을 발표하기 전 먼저 한 트랙을 선공개한 것입니다. 후하는 2022년, 앨범을 낼 계획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두 곡이 수록된 여름 싱글 [Purple Hawaiian Shirts]를 먼저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소음발광은 2021년의 앨범과 2023년 발표할 새 앨범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역시 두 곡이 수록된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전유동은 2023년 발표할 새 앨범에 수록된 트랙 중 한 곡을 선공개 했습니다.


천용성이 2021년에 발표한 [수몰]을 룰루랄라 레코드, 뮤직버스와 함께 LP로도 발표해습니다. 


한 장의 앨범을 LP와 음원으로, 한 장의 EP를 음원으로 리이슈 했습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발표된 회기동 단편선의 [백년] 앨범과 [처녀] EP입니다.


오소리웍스가 2022년 발표한 작업은 다음의 유튜브 링크에서 체크하실 수 있습니다.


[Playlist[ 오소리웍스 2022 / OSORIWORKS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gSqB1dm6H_s&list=PLgcN5wcLM5g0aUiuJv_Tudqwwi7gY170x


3.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라이브클럽 빵의 동행 프로젝트에 《클럽빵 X 오소리웍스》로 함께 했습니다. 포스터를 그리고 공연을 기획·운영 했습니다.


보일의 [나쁜 마음] 발매를 위한 텀블벅을 운영하고, 쇼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을지OB베어와 함께하는 음악회의 세 번째 순서를 담당해 기획·운영 했습니다.


보수동쿨러와 천용성이 함께 하는 공연 《흐르는 눈물의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를 총괄해 운영했습니다. 난생 처음 문자통역 서비스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꿈과희망의전유동록스》를 만들었습니다.


부여 최초의 대안공간 생산소의 멤버들과 함께 《나는 너를 방울방울해 : 춤! 노래! 토마토!》라는 작은 로컬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재미공작소와 함께 《팝업+ : 오소리웍스 팝업스토어》를 만들었습니다. 오소리웍스와 함께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머천다이즈를 팔았습니다.


(전)한잔의 룰루랄라 이성민 대표와 함께 《불우의 명곡 천용성편》을 함께 기획·운영 했습니다.


영기획, 플립드코인뮤직, 튜나레이블 등 뜻이 맞는 씬의 기획자들과 함께 DJing 파티 《도모도모무도회》를 공상온도에서 개최했습니다.


선과영의 [밤과낮] 발매를 위한 텀블벅을 운영하고, 쇼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인천의 카페 륙과 《페스티벌 륙》을 개최했습니다.


《2022 오소리웍스 이어엔드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기획·운영을 총괄했습니다.


4. 다른 일들도 했습니다.


천용성의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노래 부문 수상을 기념, 《천하제일보리차대회》를 열었습니다. 총 52분이 참가했습니다. 천용성 특제 보리차 컵을 굿즈로 만들었습니다.

천하제일보리차대회 수상자 소개, 심사위원 코멘터리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메일링 서비스이자 고품격 인디팝 문예지인 《오일링》을 발간했습니다. 천용성 편집인이 2022년 10월, 편집인 사임의사를 밝힌 이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과 협의, 2022년 11월 1일 낸 81호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휴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오일링》은 다음의 이미지를 누르면 체크하실 수 있습니다. 진행했던 특집 중에선 52호의 《OBTI : 오소리웍스 MBTI》 특집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복들이 주최한 《봄나물파티 2022》의 포스터를 디자인 했습니다.


선과영의 비디오 세 편을 만드는데 참여했습니다.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의 비디오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디렉팅 하고 편집했습니다. '난 그냥 걸었어'와 '밤과낮' 비디오는 촬영을 보조했습니다.

[MV] 선과영(Line and Circle) - 해가 지고 바람 불면(When the sun sets and the wind blows) / Official Music Video


소음발광의 새로운 로고를 디자인 했습니다.

전유동의 '참, 맞다' 언오피셜 비디오의 시나리오를 쓰고 찍고 편집했습니다.

[MV] 전유동 (Jeon Yoodong) - 참, 맞다 (Oh, That's Right) (Feat.해파 Haepa) / UnOfficial Music Video


오소리웍스를 통해 발표될 예정인, 하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은 어떤 음반을 위한 곡을 쓰고 프로듀싱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음반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믿는다 ― 세이수미 세번째 정규앨범 [The Last Thing Left] 프리뷰

진정성, 이곳이야말로 내가 계속 살아있음을 느끼는 자리 ― 선과영 첫 싱글 '난 그냥 걸었어' 라이너노트

우리 세대를 위한 우리식 성인가요 ― 선과영 첫 앨범 [밤과낮] 라이너노트

최소주의―아마추어리즘―신서사이저―음악 ― 이권형 3집 [창작자의 방] 라이너노트

맑고 깨끗하고 더운 구름 같은 ― 모호 프로젝트 [Sauce, Kite, Lake] 라이너노트

반복되는 부재, 그리고 반복되는 바람들 ― 해변지하 첫 EP [꿈연인] 라이너노트


강의를 몇 번 나갔습니다. 여러번 중, 오소리웍스의 명의로 나간 강의 만을 기록합니다.


-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대중음악 뮤지션 양성과정》 음악 비즈니스 과정 

- 경북음악창작소 교육 프로그램 《[클래스054] 우리의 음악,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 경북음악창작소 멘토링 프로그램 《[클래스054] 소수정예 집중 멘토링 클래스, 다음 스텝을 위한 아티스트 종합검진》

-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 2022 인디뮤지션·기획자 역량강화 프로그램 《서울라이브 B-Side》 뮤지션 셀프브랜딩 워크숍


멜론매거진의 트랙제로 시리즈의 《숨은 조력자, 프로듀서》 편에서 프로듀서 단편선이 조망받았습니다.

잘 다듬어진 선율과 사운드 프로덕션은 과거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진보적이다. ― 멜론 트랙제로, 변고은 전문위원


5. 2022년


2022년을 돌아보면, 아무래도 전복들의 해산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다른 어떤 기대도 없이, 기타팝의 에센스를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전복들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천용성·전유동과 함께 하며 오소리웍스가 처음 시작되던 2019년의 일입니다. 음반을 작업하며 전혀 감정이 상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각자 다른 양상으로 감정이 상하고 그 순간이 지나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될 뿐입니다. (그걸 이해라 부를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전복들과도 오랫동안 투닥거렸습니다. 그 시간들이,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회기동 단편선의 신보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유동의 새 앨범 작업도 조금 더 늦어졌습니다. 오소리웍스를 제외하고도 가진 두 개의 추가적인 직업까지,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한 인간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2022년의 가장 마지막 날, 12월 31일의 저녁이 오기 직전까지 계속 일하면서 '2023년에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2022년의 마지막 날 그 중 하나의 직업을 잃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약속을 지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다른 믿음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여러 일 중, 음악의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여전히 음악이 좋습니다. 가장 재미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그 이후로도 죽 하고 싶습니다.


참,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처음 데뷔할 무렵, 회기동 단편선의 [백년]을 함께 작업한 레코딩·믹싱 엔지니어 천학주, 그리고 마스터링 엔지니어 강승희와도 작업을 함께 한지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음악의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면, 그 공의 상당 부분은 저 두 사람의 몫일 것입니다.


6. 2023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는 두려움에 오래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결산을 적다보니, 그럼에도 아주 작은 무언가를 계속 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천용성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우리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거든요." 어쩌다가 이런 발란스의 사람이 되어버렸을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다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실은 지금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입과 지출 같은 것을 정리해보면서, 인디 레이블―오소리웍스는 프로덕션이긴 하지만, 어쨌건 통칭해서 레이블―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았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는 말입니다.) 불행히도 그런 시나리오를 찾긴 어려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틱톡픽이 되어 역주행을 거듭해 멜론 탑 100에 들어간다던지 하는, 희박한 요행수 같은 걸 제외하고는 말이죠. 하지만 요행수에 인생을 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소리웍스는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건, 변화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쉽게 캐치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분들이 알 수 없는 내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변할 것입니다. 변화라는 것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슬픔을 줄이고 기쁨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록 소수지만, 소중한 여러분들이 우리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에 있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는 계속 됩니다. 왜냐하면 아직 내야할 음악이 많아서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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