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by 단정

고추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

박찬욱 영화를 보고 슬프다 말했더니

정신병자한테 감정이입하냐, 그녀가 화냈다

감독이 정신병자라는 소린지

영화 속 캐릭터가 그렇다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넌 평생 모를 거야

어떻게 그리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지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친 그녀가 얄밉고

연정도 아니라면 단정은 늘 외로울 텐데

조국혁신당이 그래서 민주당과 합치려는 건데

생각이 이만큼 혼자 나갔다가 도로 들어왔다

알 수 없는 냉대를 받아들이기엔 자존감이 약해

애써 외면한 척 담담한 척 쿨하게 지내려고

연극이 끝난 후 무너지는 공허감처럼

구태여 연기를 펼칠 생각도 없었으니까

책만 많이 읽으면 옹졸해지는 거야

기껏 이런 수사를 가르쳐야 하나, 피식 웃고

모름지기 제 분수를 알며 살아야 한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