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럼, 수어를 배워보겠습니다.

by 김용희

첫 수업에서 우리는 한글 지문자를 배웠다. 우리가 학교에서 처음 한글을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ㄱ, ㄴ, ㄷ, ㄹ과 같은 자음과 ㅏ, ㅑ, ㅓ, ㅕ와 같은 모음을 또박또박 쓰는 것부터 배우는 데, 지문자는 이러한 한글 자음과 모음을 손으로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ㄱ, ㄴ, ㄷ까지는 한글의 모양과 비슷해서 헷갈리지 않는 데, ㄹ부터는 조금씩 모양이 달라서 하나하나 외워줘야 했고, 모음은 더 어려웠다.


가장 황당한 건 ㅌ이었는데, ㅌ을 나타내려면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접고,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은 펴주면서,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은 붙이고,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는 공간을 벌려야 한다.

나는 오른손으로 ㅌ을 써보려 했지만, 평소 펜을 많이 잡고 글을 쓰는 까닭에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ㅌ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ㅌ을 쓰려면 안되는 데 왼손으로 ㅌ을 쓰면 또 된다는 건 아이러니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간 오른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고, 오른손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쫙쫙 펴면 펼수록 오른쪽 팔꿈치와 오른쪽 어깨도 저릿저릿 저렸다.


하루를 살면서 손가락 끝까지 이렇게 정신을 집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손가락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끝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서 좋은 것 같았고 그동안 나도 모르게 눌려있던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내 몸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수어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고, 처음에는 잘 안되더라도 수어를 계속하다 보면 손도 아주 말랑말랑 해지고 수어도 자연스러워진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어려울 것만 같던 수어이지만, 막상 손가락 끝을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그간 말이나 글로 표현하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아서 신기한 느낌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길가의 간판을 볼 때마다 오늘 배운 수어의 지문자를 활용해서 한 번씩 써보면 지문자를 금방 익힐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부터 나는 길을 돌아다니면서 놀이터, 운동장 등 이런저런 글자들을 조합해서 써보는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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