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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Jun 13. 2021

세대공감에서 시대공감으로

커가는 아이들과 세대 간 격차를 좁히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아이들과 서해안으로 작은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목적지를 가든 함께하는 우리의 손길과 추억이 함께할 것이니까요. 우리 부부가 이전에 묶었던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예약했더니, 아이들은 근처 인스타로 유명한 카페나 관광지를 검색해 방문해서 사진 찍을 곳을 미리 정해두더군요. 다시 한번 세대의 차이를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남들이 알려주고, 광고에 묻혀있는 핫스폿보다 동네 거리를 직접 걸으면서 그간 새로 생긴 곳, 그간 몰랐던 핫스폿을 찾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서해안의 거리축제가 열리는 그곳에서 지친 몸을 쉬이며 먹는 새우구이는 짭조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피곤을 날려버리지요. 이 맛을 못 있어 결혼 전에도 아내와 수차례 찾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곳을 방문하는 것을 아이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더군요. 하긴 새로운 곳이 얼마나 많은데 말입니다.   

     

구이가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서해안의 해산물이 들어간 해물라면이 대미를 장식합니다. 검푸른 새우가 붉어지는 모습이 바다의 향과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식욕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건 세대 간 차이가 없더군요.      

숙소에 도착하자 젊은 아이들은 다른 여행자들과 삼삼오오 모여 모닥불 앞에서 밤새 얘기꽃을 피우네요. 우리는 멀리 숙소에서 젊은이들의 깔깔대며 웃는 소리에 미소를 짓습니다. 장작불에 비친 젊은이들의 머리색이 모두 노랗게 보입니다. 노랗게 보이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이들은 하나의 새로운 인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발하라리가 말한 사피엔스사피엔스의 탄생 말입니다.       


영어 속담에 독수리는 비둘기와 함께 날지 않는다. (Eagles don’t fly with pigeons.)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저렇게 다른 개성과 생각을 갖고 있는 세대와 우리 기성세대가 공감을 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독수리들에게 비둘기와 함께 날아달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이번 여행으로 세대공감을 하려는 어리석은 마음은 접었습니다. 


다만, 세대 구분 없이 같은 멋진 곳을 찾으면서 행복해하고, 멋진 음식에 식욕을 공유하고, 그들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에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대공감말입니다. 포스트코로나, 4차 산업혁명, 21세기, AI빅데이터,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는 것이 우리의 가장 급한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박항준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국민대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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