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새해가 시작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수십 년간 항상 새해경제는 비관적 예측으로 시작했다. 선진국의 보호주의와 개도국의 급속한 성장, 복잡한 국제정세, 기후와 환경, 에너지의 위기, 탐욕적 자본주의에 의한 양극화 등 고질적인 인류사회의 문제를 안고 매년 그러듯이 새해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유독 올해 경제가 힘들 것이라 말한다. 주택담보금리가 10%에 다다르고 있듯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반세계화적 보호주의, 전쟁과 팬데믹의 후유증이 글로벌경제 전반에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석유파동이나 금융위기 등 특정 집단 또는 특정분야의 문제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블랙스완이 올 수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을 것으로의 비관적 예측은 없었다.
글로벌 정세가 복잡할수록 그 대안으로 내수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외부경제 환경으로 수출이 줄면 내부역량을 높이고, 내수를 향상시키면서 때를 기다리는 게 대안이다.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고, 낭비되는 자원사용을 극대화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부러워만 말고 우리도 국내 기업역량을 육성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이 두 요건에 최적의 경제주체 중 하나다. 60여 억 원을 투자받은 기업이 200억 규모의 투자유치에 들어갔다. 훌륭한 제품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 사업 확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기업의 IR자료를 들여다보니 허수경제적 요소가 빠져있었다. 자기 제품의 스토리와 기술적 우월성으로 시리즈 A 투자유치까지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이제 시리즈 B이상의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이 갖는 인류 삶의 개선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비전과 사업의 확장가능성을 위한 핵심성과지표(KPI)의 제시, 고객과의 지속가능한 팬덤을 확보할 수 있는 역학관계 제시해야 한다. 이를 비즈니스모델링이라 한다. 단순히 회원유치를 통한 모호한 광고수익이나 좋은 물건 만들어서 열심히 팔겠다는 제조업 마인드로 시리즈 B이상의 눈먼 투자를 유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타트업 비즈니스모델링의 핵심에 허수금융이 있다. 후발주자이기에 역량이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경제, 사회 분야에서의 응용할 수 있는 미래가치가 포함된 ‘허수’를 제시해야 한다. 실수 경제에서는 교환가치가 성립되지 않지만 현 경제 구성체들이 미래라는 ‘허수’에 배팅하고 싶어 하는 시장의 의지가 경제에 표현된 것이 허수경제다. ‘ESG’를 비롯해 ‘NFT’, ‘메타버스’, ‘가상자산’, ‘M2E(참여보상)’, ‘럭키박스’, ‘구독경제’ 비즈니스도 허수경제의 일환이다.
허수경제를 이해하면 왜 이러한 혁신 비즈니스들이 탄생했으며,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가치가 없어 보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인류사회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실수경제로의 전환을 비전으로 제시하기에 분명 ‘허수경제’는 스타트업의 비니즈스모델링에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허수경제를 실수경제로 전환시키는 역학관계를 규정한 것이 허수금융이다. 허수금융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따른 높은 판매가로 인해 생기는 고객의 부담을 줄이도록 만들 수 있는 금융모델이다. 신용이라는 허수를 기반으로 하는 리스나 렌털 비즈니스는 대표적인 허수금융이다. 구독경제나 경품, 럭키박스, 포인트, 쿠폰, 공동구매 등 제품판매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모델도 허수금융에 속한다. 이제껏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높은 원가절감을 위해 개도국에 제조를 맡겼다면 경제위기 허수금융은 질 좋은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 역량을 높이도록 대한민국 산업의 체질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스타트업이 갖는 기술적, 차별화된 경쟁력과 허수경제적 요소가 결합된 허수금융 비즈니스모델이야말로 다가올 경제위기 속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길이다.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박항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