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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Jun 15. 2024

[박항준 북칼럼]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

화가는 철저하게 자기 좌표를 제시하는 직업이다. 자기가 서 있는 좌표를 기준으로 보이는 사물에 빛과 자신의 감각을 통해 공간을 정의하고 표현한다. 사진과는 달리 그림은 현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독창적 시선을 갖고 있으면, 움벨트적 감각으로 보이지 않은 비가시공간을 그릴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은 미시세계일 수도, 거시세계일 수도 있다.     


더불어 자신이 그리는 세계를 간소화하거나 과장하며 그려내는 것은 화가만이 갖는 색약적 자유이자 색각(色覺)적 자유다. 한마디로 일반인과는 다른 각도로 보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내 다르게 표현한다. 상상만으로 점과 점 사이 선의 존재를 찾아내 잇기도 하며, 있는 선이나 점을 오히려 생략하기도 한다. 누구는 기교라 하지만 누구는 이를 예술가만이 갖는 혼이라 한다. 관객은 이 복잡한 예술가의 혼을 읽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서 그림을 보게 된다.     


<방구석 미술관>의 조원재 저자는 미술작품 감상에 필요한 자세로 ‘질문’을 제안한다. 책, 미술, 음악은 공통적으로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로 구성된다. 책이라는 작품의 대상을 독자(讀者)라 하고, 음악 작품은 청자(聽者), 영상 작품에는 시청자(視聽者)가 존재한다. 사진과 미술작품은 관객(觀客)이라 한다. 독자와 시청자, 관객 모두는 작품과 동일시화되려는 제3자들이다. 그림 관객의 경우 작품에 그려 넣은 <작가의 감정을 질문을 통해 상상하는 사람>이라 재해석할 수 있다.       


질문은 추론을 낳고, 추론은 탐색을 낳는다. 탐색은 내가 경험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경험을 제공한다. 자신을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 놓으면서 생기는 새로운 경험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다. 인간이 예술에 빠지는 이유다. 반면 경험이 압도적이면 대상이 경험과 하나가 된다. 경험이 대상과 하나가 되면 탐색이 되지 않는다. 경험이 대상을 압도하기에 꼰데는 질문도 없고, 관심도 없다.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을 바라지도 않는다. 귀찮음과 불안함으로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이나 열정 또한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 본능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질문>과 <추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뿐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뭉크, 칼로, 고흐, 피카소 등의 작품을 접하는 관객에게 질문을 하도록 자극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에서는 질문과 추론을 유도하기 위해 화가들에 대한 정보를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자극적인 개인사부터 시작해 안타까운 소식, 반면 통쾌하고, 아름다운 내용도 있다. 이러한 책의 시도는 작가의 성장환경과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통해 작품의 해석 영역을 좁혀줌으로써 독자의 질문을 쉽게 만든다. 결국 추론하게 만든다.      


관객이 작품에 대해 추론하면서 궁금해져야 혼신을 기울여 탄생시킨 작품에 대하여 관객은 작가의 영혼과 함께하는 배움 여행이 가능하다. 바로 작품 속으로의 <에듀트립(Edu-trip)>이다. 우리가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나기보다 명확한 목표를 지니고 떠난다면 급이 다른 여행이 된다. 인디아나존스가 보물을 목표로 하지 않는 모험을 즐긴다면 단지 위험과 고통 속 경험만이 남게 될 것이다.       


미술 작품 앞에서 우리만의 보물 찾기를 위한 에듀트립을 떠나보자. 남들이 추천하고 칭송해서가 아닌 작품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이 작품을 통하여 나에게 이전되어 함께 기뻐할 수도, 같이 아파할 수도 있게 된다. 먹방, ASMR, 독서, 반려동물, 여행방송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내 삶 속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경험을 대리만족하기 때문이다. <방구석미술관>은 미술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갖는 결핍에 대하여 대리만족 할 수 있도록 접점을 제시하는 귀한 가이드였다.


박항준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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