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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Sep 29. 2021

암호화폐에 생명을 불어넣지 않으면 우리모두 패자(敗者

암호화폐는 기존 거래기능화폐와 투자기능화폐 이외의 두 화폐가 갖지 못하는 특별한 유형의 ‘금융적 요소’를 더불어 갖춰야 한다. 그러나 아직 암호화폐의 쓰임에 대해 정의된 것이 없다.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은행을 대체해 국제 자금이체를 수행한다’,‘게임머니로 사용된다’등의 도전들이 난무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 없다. 바로 거래화폐와 투자화폐의 기능 안에 모두들 갇혀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탄생 10년 차 이제는 새로운 암호화폐의 기능에 대해 얘기할 때다. 간식 먹으면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최저가를 찾아 두세 시간씩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는 알뜰한 이들에게 가격 변동이 높은 암호화폐를 통한 쇼핑몰 결제는 의미가 없음도 알기 시작했다. 회원이 수백만이어도 암호화폐로의 진입이나 전환에 회원 대부분이 거의 관심이 없음도 알기 시작했다. 이는 암호화폐 설계자들이 암호화폐로만의 차별화된 기능을 고객이나 소비자들에게 별도로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성경 창세기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맨 마지막 작업이 호흡을 통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아직까지 암호화폐는 형태만 갖춰있지 생명이 없다. 어느 전문가든 암호화폐가 앞으로 세상을 바꿀 것을 예측하고 있지만 반대로 현재의 암호화폐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인 이유다.


암호화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탄생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암호화폐는 라면 먹는데 신용카드가 너무 느려서 불편해서 생긴 것도, 쇼핑을 하는데 결제가 너무 불편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여러 추측과 분석이 있지만 크게 몇 가지로 암호화폐의 탄생 취지에 대한 주장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양적완화로 인해 가치가 하락할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하다.

둘째, Trust-less 한 대상과의 거래를 위해 탄생하다.

셋째, 탈중앙화릍 통한 Crowd-based Democracy의 실현을 위해 탄생하다.

넷째, 부가적인 금융적 공유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하다.

다섯 번째, 비경제성이나 비효율성으로 금융의 무관심 영역인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다.


만일 위 다섯 개의 탄생 취지 모두를 동의한다면, 이 요소들을 모두 만족하는 암호화폐의 설계가 필요하겠다.

첫째, 가치가 하락한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치 측정을 하지 않거나 다른 가치로 변환하면 된다. 암호화폐는 개수와 발행 대비 비율에 의미가 있지 주식이나 지폐처럼 액면가나 가치에 의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야 가치 하락에 무감각할 수 있거나 유럽에서 시도했던 타임뱅크에서 보았듯이 상부상조 하에 교환된 너로 다른 노동의 대가를 시간으로 교환하듯 금액적인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로의 변환을 시도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로는 시간, 권한(투표권), 교환권, 사용 횟수, 보유기간 등이 있을 수 있다.


둘째, 현재 암호화폐 비엠들을 보면 Trust-less 한 대상과의 거래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자신들이 발행한 암호화폐로 자신들이 제휴한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Trust-less 한 대상과의 거래와는 전혀 무관하다. 기껏해야 이 비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지금도 개인 간 중고거래나 오픈마켓에서 사용하고 있는 ‘안전거래’ 시스템의 아류작들 뿐이다. 진정한  Trust-less 한 대상과의 거래를 위해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진정한 암호화폐가 탄생할 것이다.


셋째, 최근 암호화폐 논쟁 중에 탈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완화에 대한 대립 의견들이 많다. 탈중앙화에 조금의 타협도 없어야 한다는 주장과 수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해당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탈중앙화’라는 단어가 아니다. 탈중앙화를 이루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대중주도 민주주의(Crowd-based Democracy)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특정 권력과 기업에 데이터를 집중화함으로써 각종 해킹, 정보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껏 정치인이나 대리자에게 대행해왔던 민의를 이제 ‘대중의’,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대중이 암호화폐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암호화폐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넷째, 현재 암호화폐를 얻거나 사게 되면 게임에서. 쇼핑몰에서 쓸 수 있다. 보유하게 되는 작금의 암호화폐들은 지갑에 저장해 놓았다가 오르면 다행이고, 내리면 불행일 뿐이다. 더 이상 암호화폐로 대중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암호화폐의 탄생 비화 속에서는 기존 탐욕적 금융의 구원자로서의 역할이 있었다. 빈익빈 부익부, 착취구조, 부의 편중을 와해하거나 혁신하는 것이다. 부의 엔트로피를 최대한 안정화시키는 노력을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차원에서 새로운 부가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암호화폐에 주입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수 가치 구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릴 적 동그란 딱지놀이에서 ‘복수 가치’의 경험을 해왔다. 딱지를 접는 이가  양쪽 주먹으로 가른 딱지들을 향해 별의 개수가 많고 적음, 사람의 수가 많고 적음, 무기의 강과 약 등을 승리의 요건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딱지 내에서 다양한 복수 가치를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가치를 사용해봤던 경험을 우리는 놀이를 통해 갖고 있었다. 앞으로의 암호화폐는 개수, 시간, 참여 권한, 보유기간, 연계된 가치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부가적 복수 가치를 창조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지속가능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은 한계가 있으며, 평등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민간의 투자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은 작은 틈 속에 의해  위험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문제들을 공공과 민간이 해결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제 이 숙제를 우리 세대가 맡았다. 이 숙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참고서가 바로 ‘암호화폐’다. 공공과 민간이 무관심한 회색 영역(gray zone)은 기존의 교환과 투자 화폐 기능에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 복수 가치를 갖고 있는 암호화폐만이 이 회색 영역을 해결할 수 있다.


자! 이제 돌아보자? 여러분이 만들어 놓은 암호화폐가 위 5가지 중에 몇 개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구매해서 오르기를 바라는 암호화폐들은 몇 개를 해결하고 있는가? 거의 희박할 것이다. 심지어 비트나 이더마저도 위 기준에 맞추면 낙제점 수준이다. (이전 칼럼에서 필자는 이와 같은 이유로 비트나 이더는 20년 전 포털사이트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장렬히 산화한 야후나 라이코스와 같은 운명의 평행이론을 조심스럽게 예측했었다.)


이제라도 100년 아니 10년 앞을 내다보고 블록체인 업계 분들은 자성해야 한다. 회원 수의 환상에 빠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코이너들의 주머니로부터 나오는 손쉬운 투자유치의 유혹에 빠져, 훌륭한 코파운더나 어드바이저들의 이력만 믿고 마구 마구 찍어낼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과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위 다섯 가지를 포함해 보다 영향력 있는 암호화폐 요소를 찾아내어 설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명심하자. 암호화폐에 생명을 불어넣지 않으면 우리 모두 패자(敗者)가 될 것이다.


박항준 교수(dawnool@naver.com)


현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현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주)하이퍼텍스트메이커스 대표이사

현 (사)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부회장


저서: 

1. The Market

2. 스타트업 패로독스

3. 크립토경제의 미래

4. 좌충우돌청년창업

5. 블록체인디파이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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