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기적 징후

by 박항준 Danniel Park

2008년에는 금융자본주의 주도의 경제시스템마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중앙화의 상징인 리먼브라더스가 660조의 부채를 안고 파산한 것이다. 이후 위기를 느낀 대중은 다양한 탈금융, 탈중앙화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공동구매, 직거래, 협동조합, P2P 거래, 크라우드펀딩, 공유 교환 플랫폼, 구독 경제, 블록체인 금융 등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 중앙 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중이 주도하는 경제시스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Crowd-based사회에 불을 지른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완화’라는 명목 하에 어느 누구의 통제도 없이 기존 통화량의 5배에 달하는 달러를 마음대로 발행할 때 대중들은 달러의 금본위제가 이미 수십 년 전 없어진 것을 알아 버렸다. 이제 달러마저도 자신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보다 극단주의자들은 탈화폐를 외치면서 국가의 금융통제시스템을 무력화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 탄생한 복지국가의 권력에 순순히 복종하던 대중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공산주의 정부인 중국을 대상으로 홍콩인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으며, 휴전 중인 대한민국은 촛불로 대통령을 하야 시켜 버렸다. 남미의 대통령이나 정부들도 하나하나씩 대중이 주도하는 체계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이행기적 징후’란 기존의 주류적 질서가 새로운 질서에 의해 재편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전조증상이다. 대규모 화산 폭발 전에 일어나는 여진이나 소규모 폭발, 동물들의 이상행동이나 하천의 흐름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이행기적 징후’라 할 수 있다.


다만 ‘이행기적 징후’는 일시적 혼란이 아닌 다가올 대규모 폭발에 대한 강력한 전조 징후일 뿐이다. ‘이행기적 징후’를 기존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치부하여 탄압하거나 숨기거나 억압한다면 정부나 금융기관, 기업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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