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작자입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창작의 결과

by 다온홍쌤

나는 창작자입니다

홍가영 / 시니어 힐링뷰티 전문가


나는 30년 동안 사람의 얼굴을 만져왔다.

그러나 사실, 내가 진심으로 다뤄온 것은 피부가 아니라,

그 얼굴 속에 담긴 마음이었다.


피부관리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연과 감정을 만나왔다.

어르신의 주름진 미소, 갱년기로 마음마저 움츠러든 중년 여성,

자신감을 잃고 거울을 멀리하던 젊은 엄마까지.

그들을 위해 나는 피부에만 머물지 않고, 향기와 명상,

스트레칭과 마사지까지 곁들인 나만의 ‘힐링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내 삶을 나누기로 결심했다.

경단녀를 위한 재취업 강의, 시니어 케어 전문가 양성과정,

수업에 쓸 PPT와 교안, 브랜드 슬로건까지…

그 모든 콘텐츠는 밤을 지새우며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내가 만든 강의안을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가 짜낸 문장, 내가 구상한 수업 흐름이

어느새 타인의 입을 통해 낯설게 변조되어 있었다.


"좋은 건 나눠야죠."

그들은 말했지만, 그것은 공유가 아닌 무단 사용이었다.

그 순간 느꼈다.

창작자에게 ‘출처 없는 모방’은 침묵 속의 폭력임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식도, 감정도, 손끝의 감각조차도 ‘창작물’ 임을.

그리고 그것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저작권은 법률이자, 선언이다.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다.’

‘이것은 내 시간과 노력, 감정과 철학의 결과물이다.’

그 한 문장을 사회가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저작권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한때 나는 저작권을 거창한 예술가나 출판업계의 전유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모든 창작자에게 저작권은 생존의 기반이자, 존중의 선언이다.


피부관리 하나에도 창작이 있고,

노인체조 하나에도 설계와 예술이 있다.

그것이 단순 기술이 아닌 콘텐츠가 되는 순간,

우리는 ‘창작자’가 된다.





창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의 과정이다.

누군가는 한 장의 PPT를 쉽게 베끼지만,

그걸 만들어낸 사람은 수십 번의 퇴고와 현장 검증,

때로는 ‘이 길이 맞을까?’라는 의심과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다시 만든다.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나는 이제 강의안을 만들기 전,

내 이름을 먼저 적는다.

그리고 기록한다.

이 수업은 내 것이며,

내 삶에서 비롯되었노라고.


그것은 누군가를 경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내가 나의 작업을 스스로 존중하는 태도이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말했다.

“선생님, 이 수업을 받은 후로 거울 앞에 다시 서게 됐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울컥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내가 만든 이 수업은 단지 지식의 전달이 아닌, 인생을 바꾸는 창작물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시 오늘도 만든다.

누군가를 위한 수업, 프로그램, 손끝의 위로를.

그리고 조용히 선언한다.


나는 창작자입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것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