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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01. 2015

2화.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일부터..

아트페스티벌 이야기 ② 방.다.보. 프로젝트의 시작

2013년 귀국 후 아트페스티벌을 후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답엘에스(DAP LS)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답엘에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수익을 내는 일들이 없었고 다른 일을 하며 프로젝트의 비용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은 커져만 갔다. 돈을 좀 더 모으고 우리가 안정된 후에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 당장 돈을 벌어야 했고, 한국에서 정신없는 일상을 지내다 보니 현실의 무게는 커졌고, 자꾸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방글라데시 방문 일정을 미룰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이 또한 포기해버린 수많은 꿈 중 하나가 되어버릴 것 같아 겁이 났다. 


잠시 복잡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1년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방글라데시를 향했다. 다다를 만나 아트 페스티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동네 꼬마 친구들과 동네 이웃들도 다시 만났다. 사람들은 무척 그리웠다며  반가워했다. 문득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나눌 게 많은 사람이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사랑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려는 일이 가치가 있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고,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두 번째 방글라데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마음이 급해졌다. 하반기에 아트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어 남은 시간은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 후원과 진행을 최우선을 두고 다른 프로젝트도 틈틈이 진행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직접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이후, 전보다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기존의 프로그램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해져 2012년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그만큼 예산도 늘어났고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리가 후원하기로 약속을 했다. 


예산 마련을 위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방글라데시에서 찍었던 사진을 모아 20장의 엽서를 만들었다. 엽서를 판매한 금액으로 프로젝트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던 우리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엽서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를 알리고 우리의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 다르게 보기 프로젝트(이하 방.다.보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방.다.보 프로젝트는 기존에 알고 있던 방글라데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방글라데시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다양한 방글라데시의 모습을 소개하고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프로젝트다.


엽서에는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 옷을 훌렁 벗고 수영하는 아이들, 놀이기구 대신 동생을 삽에 태워 놀아 주고 있는 형, 너무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더운 날씨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 아이, 어린 개구쟁이 제 친구들과 진흙을 나르고 있는 어린아이의 사진. 그리고 아이들 사진뿐만 아니라 비 오는 거리, 채석장, 특이한 모양의 방글라데시 전통 배, 그리고 손님을 태우고 가는 인력거꾼, 방글라데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담았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삶의 모습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과 방글라데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나눠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했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을 이어 오고 있었지만, 온라인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고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고 길에 나가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제주시 장전에 있는 카페 하루하나에서 열리는 <반짝반짝 착한가게>라는 마켓에서 셀러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을 했다. 때마침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제주에서는 문화장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켓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과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예상처럼 문화장터는 소통의 기회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나면 엽서를 가지고 제주의 바다와 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두가 쉽게 오갈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에서 엽서를 가지고 팝업 전시회를 열었다. 이 또한 방.다.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은 방글라데시에 대해 조금 알아가기 시작했고, 꾸준히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작은 순조로운 듯했으나, 시간은 촉박했고 경비 마련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행사장소 대관 문제와 현지 사정으로 일정을 조절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겨울을 피해 해를 넘기고 2015년 3월로 일정을 변경했다. 일정이 연기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시간이 빠듯해 애를 먹고 있던 우리에게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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