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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라 Aug 25. 2024

나의 글 제목 짓는 방법은 틀렸다

이종범 웹툰작가 인터뷰 영상을 보고



EO 유튜브 채널의 '15년 차 웹툰 작가가 말하는 웹툰 산업이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영상을 보고,

블로그에 쓴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도 올립니다. <용기만능주의> 연재해야 하는데... 


용기 내어 미뤄요, 헤헤.


https://youtu.be/1xLauW7yhLg?si=uhRB43_OFXWLMjW9




1. 웹툰 제목이 길어지는 이유


언젠가부터 웹툰 제목이 서술식으로 길어지고,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향으로 바뀐 이유가

이제 제목으로 '어떤 내용인지'를 기대하게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그저 '어떨지' 기대가 아니라.(유튜브 섬네일 만드는 문법(?)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제는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려달라,

어떤 걸 기대해야 되는지 알려달라는 이용자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제목에 스포는 당연하고,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 게 당연하고, 

짧고 강렬, 그러면서도 내용을 아우르는 게 좋은 제목이라고 배우고 자란 나는

위 유튜브 영상을 보기 전까지 소위 '요즘 제목 트렌드'가 이해되지 않았다.

깔끔하게 지었네, 내 취향이다 싶은 카피가 올드하거나 너무 각 잡았다고 외면받게 되는 것을 보고

그저 '이제 아싸는 설자리가 없네' 따위의 엉터리 분석으로 투덜댈 줄만 알았는데,

이유를 알게 되니 이해가 된다. 내가 할 수 있느냐는 별개로...


뭔지 몰라서 기대하는 게 아니라 뭔지 알아야 기대도 있는, 

바쁘고 바쁜 요즘(?) 사람들을 대상으로 뭔 일이든 벌이려면 

취향도 성향도 동떨어진 나는 어떤 진화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은 요즘.








2. 회빙환(회귀물, 빙의물, 환생물)이 각광받는 이유


나는 웹툰, 웹소설을 거의 안 보는 편이라 드라마로 각색되어 나왔을 때야 비로소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회빙환물이 어느 순간부터 단골 소재이네.' 하고.


그저 사람들이 현실살이가 팍팍하니 판타지를 바라는구나 정도로 해석하고 말았는데,

위 인터뷰 영상을 보고, 내가 영 잘못짚은 건 아니지만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삶을 긍정해 주는 매체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엄청난 능력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잘 보면

'현실에서 가진 그 보잘것없는 능력'이 다른 세계에 갔더니 쓸모가 생기며 인정받게 되는 내용이라는 

인사이트가 너무 흥미로웠다.


하도 '헬조선, 이번 생은 망' 그러길래 다들 금수저 물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줄 알았더니,

다들 그저 나 사진을 '인정받고 싶은 거'였구나. 






3. 꼬리를 무는 단상


지금 현재 이 세상이 원하는 능력이 없는 인간은 

인정은커녕 인간으로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게 왜 당연해야 할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건, 심지어 만연한 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나는, 당신은 

'넌 인간 그 자체로 귀한 존재야.'라는 생각을 

정말 진심으로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나?


며칠 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이라는 영화를 봤다.

마음의 병으로 272kg 초고도비만이 된 찰리의 집을 우연히 들렸다가

선교사답게(나중에 진실이 드러나지만) 그를 돕겠다며 자꾸 찾아오는 토마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찰리가 끝까지 밀어붙이니 

토마스는 결국 '당신이 역겹다'는 진심을 토해내고 말았다.


'귀할 만해야 귀하다'라는 생각 앞에 '모든 인간은 귀하다'라는 전제 조건을 다는 게

기본이 아니라 옵션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기본이 기본이 되도록 싸우는 것보다 각자 그나마 귀한 대접받고자 소위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자신을 (좋게 말해) 단련, (나쁘게 말하면) 학대하기를 택한 너와 나,


그저 무사하기를 빌며,

오랜만에 브런치 업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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