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직할 용기

나이 '마흔'이 아무렇지 않다는 거짓말

by 나다라



아직도 이 표현이 살아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오마이걸 미미가 한 방송에서 말한 방식대로라면 '38~40살'이라 그런지

2025년을 맞이하며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리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없는 줄 알았던 것이었지만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흰머리를 보는 것,

얼굴에는 지방이 빠져 점점 패임이 생기고, 기미는 언제 이렇게 자리 잡은 건지.

곧 있으면 노안이 시작되겠다 싶게 침침한 눈,

게다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청년'의 범위.


생리를 안 하면 폐경을 의심하고,

스타일링을 할 때면 '없어 보이지 않을까?' 혹은 '주책인가?'를 신경 쓰고,

인정하긴 싫지만 '여성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성'이 사실은 이리 작고 좁았다는 걸 직면하게 되어 분하기도 합니다만.)

임신과 출산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게 되는 몸이 될 것이라는 걸

지금까지 생각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선배 언니에게 상담을 하는데

40 이후의 계획이 뭐였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40 이후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마흔 이후의 내가 선택지에 없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합니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이미 먹을 만큼 먹고 배가 부른데 먹어야 될 음식이 아직 남은 느낌입니다.

저는 배부르면 숟가락 놓는 타입이라 특히 더 괴로운 것 같습니다.

(감사한 줄도 모르고 이런 말을 자꾸 뱉어내서 송구스럽습니다.)


얼마 전 "마흔 됐을 때 어땠어요? 서른아홉에서 마흔 될 때 막 힘든가요?"라며

살짝 겁먹은 듯 묻는 삼십 대 초반 직장 동료의 말에

"그냥 똑같아요. 아무렇지 않던데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분명 진실이고 진심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아주 열심히 아무렇지 않은 척했네요.

그 친구를 안심시키고 싶었기도 하고, 나이 먹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기도 했고.

누구보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주제에. 우습죠.


이런 글을 싸질러놓고 저는 아마 밥 잘 챙겨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몇 살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나 하고 싶은 스타일 하고 살고,

제게 허락된 생을 최선을 다해 잘 살다 갈 겁니다.


그럼에도 이런 흑역사를 굳이 남기는 이유는,

'사십이나 됐는데'에도, '사십이면 아직'에도 공감이 안 되어 외롭고도 괴로워

'이런 사십도 있다'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터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 좋은 점 하나는 남은 날이 점점 줄어 그런지

'인생 뭐 있어?'하며 솔직해질 용기가 막 잘 생긴다는 것입니다.

살짝 헤까닥, 정신을 놓은 걸 수도 있고요.


없었으면 했던 사십 이후의 삶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가 될 수 있을까요?

남은 밥 맛있게 먹고 감사할 수 있도록 얼른 배가 꺼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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