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성이 Jun 15. 2020

무지개 너머의 쓸쓸한 그림자  

영화 [주디]

주디 갈란드 (1922~1965)
1940~50년대 전성기를 누린 미국 가수 겸 배우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역
               대표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의 주인공인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주디 갈란드의 마지막 런던 공연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이다.


주디 역으로 변신한 르네 젤위거가 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2번 크게 놀랐다.

처음은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주제곡도 익숙한 노래였지만 도로시 역할을 맡은 주디 갈란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점과

다음은

주디로 변신한 르네 젤위거의 연기력이었다. 연기는 물론 노래도 직접 불러 완벽한 주디로 환생한 듯한 르네 젤위거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이 마땅하다고 느껴졌다.


주디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할로 어린 나이(17세)에 할리우드 정상급 스타가 된 이후 가창력과 연기로 흥행을 거듭했지만, 그녀를 둘러싼 어른들의 탐욕은 그녀의 삶을 망가뜨렸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꿈을 어린 주디에게 강요하여 차마 해서는 안될 짓을 시킨 엄마가 있었다. 또한 돈에 눈먼 영화사(MGM)는 각성제와 수면제를 번갈아  주며 하루 18시간 촬영을 강요한다.


어른들의 끝없는 욕심으로 수면과 강제 다이어트를 강요당한 주디는 약물에 중독되었다. 엔터테이너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인적으로는 자존감 결여와 애정결핍을 떨치지 못한 삶이었다. 정서적 허기를 결혼으로 채우고자 하지만 5번의 결혼은 모두 실패한다. 


그러나, 세 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린 남매와 호텔을 전전하다 숙박비가 없어 호텔에서 쫓겨난 신세이다. 아이들과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전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런던 장기 공연을 떠나게 된다. 


영화는 1969년 약물중독으로 그녀가 사망하기 6개월 전 영국 공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디 갈란드는 4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자막이 마지막 장면이다.


할리우드 상업 시스템의 1세대로서, 흥행과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착취당하고, 일상 전체를 통제받았으며, 불합리함과 불공정함을 강요당했다. 타고난 재능은 찬란한 빛이었지만, 빛날수록 어둠은 짙고 깊었다.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고 평범한 사람들이 받을 수 없는 큰 사랑을 받았지만, 무대 뒤 대기실 주디의 모습은  태산 같은 외로움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타인의  잣대와 기준에 길들여진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 주디를 통해서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친 화려한 인생이지만, 타인의 도구화가 되었을 때는 평범함에 훨씬 못 미치는 비참한 현실과 마주할 뿐이다.


유명인의 일탈이나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또래문화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겪지 않은 채 남들의 시선과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인으로 살게 되면서 큰 크레바스에 빠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속, 삶의 숱한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니 건너뛸 수도, 넘어갈 수도, 빠트릴 수도 없는 소소한 시간들의 힘으로 세상은 돌아간다.



르네 젤위거는 쉽게 희화화되곤 했던 이 배우(주디)의 그림자까지 표현해낸다. 그리고 노래도 한다."                                                                                                                                    - 미국 타임지 -


르네 젤위거의 연기는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약물중독과 수면 부족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디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

몸무게 감량, 특수분장으로 인한 외형적인 모습과 더불어 걸음걸이, 표정, 미소, 손짓까지 그리고, 상처 받은 예술가의 쓸쓸한 그림자까지 완벽하게 묘사했다.

아마, 르네 젤위거가 촬영에 임했을 때, 실존인물이며, 같은 직업을 가진 또래의 주디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가늠이 되었다.


르네 젤위거는 주디의  슬픔과 아픔을 깊이 이해했고, 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촬영했을 것이다.

그 애씀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재조명되었으니 그 가치 있는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모두에게 무지개 언덕의 환상을 심어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무지개 너머의 그림자를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주디 갈란드의 외롭고 힘든 인생을 뒤늦게나마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영화이다


주디, 부디,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