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직장이다.

초등교사로 먹고 산다는 것

by 혜윰


언제였던가, 뉴스를 보다가 '퇴직하는 젊은 교사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라는 기사를 보았다. 특히 1~5년차의 젊은 교사들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들이 처한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특별히 놀랍지는 않은 내용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남은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낮은 연봉, 박살난 연금, 과도한 업무와 민원, 교사로서의 효능감과 자신감의 결여 등 교직을 이탈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나 역시 15년 가까이 교직생활을 하며 비슷한 고민을 해왔고, 어떤 요소들은 아직도 심각한 고민거리로 마음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이유(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로 그만두지 못하고 학교를 지키고 있다고 하면 교사로서 자격미달이라고 꾸짖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처음 교직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꿈'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교대에 간 건 집안형편을 고려한 선택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좋았고,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었다. 발령을 받고 학기초까지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밤잠을 설치며 학급운영계획도 세워보고,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현장에서 직접 만난 교실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왕복 세시간 넘게 걸리는 출퇴근의 고단함, 적었지만 소중했던 첫월급, 과도한 업무로 인한 수면부족과 더불어 끊임없이 오는 학부모의 연락 등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 처음이니까, 이제 시작이니까 계속하다보면 나아질거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참아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할 뿐, '교직'이라는 것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연차가 쌓이고, 일에 능숙해진 지금에서야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학교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과연 내가 언제까지 교직에 있을 수 있을까, 만약 이 곳을 나가야 한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등등..


모든 직업이 다 그렇듯,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것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 어려움에 압도되어 포기하고 싶어져도, 현실적으로 쉽게 이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나 같은 교사들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학교는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구조다. 즉, 무언가가 혁신적으로 바뀌길 기대하다가는 좌절감만 더 커질 뿐이기에, 교사 개인이 몸부림쳐 어떻게든 버틸 구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교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은 많지만 특히 나는 '교사답다'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 그 말 속에 "교육과정에 의해 열심히 가르치고, 어떤 순간에도 학생을 우선으로 하며,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 모든 일상에서 타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 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압박 때문이다. 요즘 누가 교사에게 그런 걸 기대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런 교사를 이상적인 교사로 정해두고, 자신의 자녀가 그런 교사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교사들의 모습들을 돌려돌려 비난하곤 한다.


물론 후대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위치에 서 있다는 점에서 행동에 모범을 보이고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그 사람의 일생 자체를 휘두르려 한다면 어떤가.


나 역시 평범한 가정의 엄마이고, 아내이며, 딸이다. 학교에서 하루의 1/3정도 시간을 보내지만, 2/3의 시간은 다른 역할을 가진 '나'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교사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만큼 나머지 역할도 최선을 다해 살아낼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것을 무시하라고 한다면, 인생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학교도 직장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하고 월급을 받아 삶을 꾸려나간다. 근무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했다면 그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본인의 삶을 꾸릴 자격이 있다. 교사답게 사는 것은 근무시간이면 족하지 않을까. 근무시간 외에도 교사임을 자각하며 산다는 것이 이상적이고 훌륭한 교사의 표본이 될 수는 있겠으나, 나 자신이나 함께하는 가족에게도 과연 그럴까는 생각해볼 문제다.


예전에는 퇴근해서도 학교일을 하거나, 아이들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학교와 관련된 모든 일은 학교에서 다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퇴근함과 동시에 OFF모드로 진입하려 노력한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쉽지 않지만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온전한 나로서 있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닐것이다. 나는 내가 '나'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알 수 없는 답답함과 공허감이 쌓여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그 시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내가 '나'로서 갖는 온전한 시간들이 모여 깊게 채워진 에너지를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비로소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충실히 '나'를 보며 하루를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