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남아주세요

by 삐딱한 나선생

'나이 들면 승진 아니면 퇴직'

교사로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교사로 있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면 너무 안타깝다.



교사밖에


물론 자신의 의지로 떠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본인의 꿈을 찾아 교직을 떠나는 건 축복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말씀을 한다.


그러나 떠나게 만드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

"아직도 평교사야?

후배들도 교감 들어가는 마당에!"


교사를 승진에 실패한 낙오자로 보는 시선.

교육기관의 말단 공무원으로 보는 시선.

'교사밖에 되지 않냐'는 그런 시선.


이제 조금씩 늘었으면 좋겠다.

승진점수가 찼어도 교사로 남으려는 사람.

다른 어떤 것보다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교사로 살아가는 게 정말 행복해 보여서, 나도 평생 교사로 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람.



교사 밖에


'교사 때는 안 그랬는데 교장 되니까 달라졌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도 얼마 전까지는 교사였던 사람인데 말이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

웹툰 송곳에선 처한 상황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확실히 장학사든, 교감이든 교사와는 다른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교사 밖으로 떠난 사람은 더 이상 교사가 아니다.

퇴직한 교사는 공감은 해줄 수 있을지언정 실제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승진한 교사는 공감은 해줄 수 있을지언정 실제 해야 할 일이 있다.


1학년엔 '큰 언니'라 부르는 나이 많은 여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교감보다 때론 교장보다도 나이가 많다.

교장과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다.


관리자는 관리자로서의 이야기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같은 편을 잃어가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다들 위로 올라가려 할수록 아래는 힘이 빠진다.



교사밖에


'꼬우면 네가 교장 해서 바꿔!'

이런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하지만 난 위에 있어야 바꿀 수 있는 세상을 옳다 여기지 않는다.


권력을 가져야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사회가 민주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의견을 내려면 시장이 되어야 하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교직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교사가 교사의 자리에서 말해야만 의미가 있다.

교장이 되어 민주적인 학교를 만든다는 건 모순이 된다.


물론 승진하려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리더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초빙 교장제 등 승진제도를 바꾸기 위한 논의도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승진이 별 의미 없는 그런 세상이 더 낫다고 여긴다.


'국민이 왕인 나라에선 왕을 꿈꾸지 않는다.'

꼭 교사여야 하는, 교사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건 교사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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