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남에서 퇴근하고
1550-1 버스를 기다리는데
평소보다 장애인 걸인 아저씨가 가까이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강남 거리를 지난다면
무조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분이다.
나도 여러 번 봤다.
볼 때마다 딱했지만
무서워서 도와줄 마음까지 생기진 않았다.
한편 요즘 그래미 5관왕 켄드릭 라마에 빠져서
유튜브 영상과 그의 가사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켄드릭 라마는 세상의 문제점을 꼬집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들여다봤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지 직면하고
그대로 가사에 풀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나 자신부터 바뀌면 된다고 한다.
멋진 가수이기 이전에
참 멋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졌다.
그런 와중에 오늘 그 아저씨를 본 거다.
오늘 따라 요란하게 노래를 틀어놓고
내 주변에서 구걸하는 아저씨.
마침 내 가방 안에는
설날에 받은 세뱃돈이 현금으로 있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갑자기 예수님 생각이 났다.
지금 이 자리에 예수님이 계셨다면
그 아저씨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까.
사회에서 무시받고 천대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가신 것처럼 그 아저씨에게도 그러지 않았을까.
아저씨의 상자에 돈을 넣을지 말지 계속 고민했다.
고민하는 동안에 아저씨는 나를 지나 멀어져 갔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강남 거리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에게 가는 건
괜한 이목을 끄는 일 같았다.
그리고 괜히 무서웠다 그 아저씨가.
결국 그 사이에 1550-1 버스는 왔고 나는 타버렸다.
부끄러웠다.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면서
낮은 곳으로 가겠다면서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 고작 그거 신경쓰인다고
지나쳐버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큐티책에 끄적인 글씨와
방구석 기도, 교회에서 하는 말에서 그친
나의 초라한 사랑이 부끄러웠다.
매일 강남을 오고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퇴사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이 부끄러움을 만회하고 싶다
고 참회록을 짧게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