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쟁이와 예민쟁이

by 단팥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옒이 떠올랐다. 옒은 정말 놀랍도록 나와 싫어하는 것이 같다. 어떤 상황의 ‘쎄함’을 설명할 때 다른 친구들은 “그게 왜 이상해?”라고 묻지만, 옒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나만 불편해?”라고 예민한 질문을 던졌는데 “아니, 나도 불편해”라고 편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심지어 이 모든 대화를 눈빛으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싫어하고, 불편해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풋살, 농구, 하키 같은 단체 운동이 불편하다. 열댓 명이 정해진 시간에 모여 다 같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린 둘 다 시간 약속을 잘 못 지킨다. 아마 우리가 단체 운동을 했다면 매번 지각해서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쳤을 거다. 그리고 저질 체력이라 조금만 뛰어도 헉헉대며 팀 성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겠지. 내 존재가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이 상황이 우리는 정말 싫다.


실제로 여자 풋살이 유행했을 때 잠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서 같이 하자고 권하기도 했지만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도조차 못 해본 스포츠들이 열 손가락을 꼽고도 남는 듯하다. 어쩌면 이런 성향 때문에 우리가 클라이밍을 오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클라이밍은 우리 둘만 시간이 맞으면 언제든 함께 만나, 하고 싶은 만큼 실컷 하다가 돌아갈 수 있으니까. 만약 클라이밍이 단체전이었다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 번은 옒이 클라이밍 약속에 2시간 정도 늦은 적이 있다. 그날 집에서 출발할 때 왠지 옒이 늦을 것 같아 30분 늦게 출발했는데도 그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좀 심한데?’ 싶은 마음도 잠시 일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혼자서 이런저런 문제를 풀고 있으면 옒은 올 테고, 같이 운동하다가 밥 먹으러 나가면 그만이었다. 가끔은 내가 늦는 날도 있는데 옒도 특별히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게 클라이밍의 장점이었다. 혹시 내가 늦더라도 상대가 오직 나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는 것.


가끔 불안할 때도 있다. 우리 둘이 너무 잘 맞아서, 둘이서만 놀다 보니 지각과 같은 안 좋은 습관을 고칠 기회를 잃는 건 아닐까 하는. 둘이 싫어하는 것들이 같아서 함께 싫어하다 보니 편견이 더 강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그래도 아직 둘 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각자 모난 부분들을 고쳐가며 살아가는 듯하다. (회사 및 공적인 자리에는 안 늦는다. 사적인 약속도 옒을 만나는 게 아니라면 안 늦으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언젠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만나는 사람이 서로밖에 없게 된다면, 그때는 좀 심각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 가야 알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옒과 함께 즐겁게 클라이밍 해야지.

작가의 이전글유년시절의 애틋한 달콤함, 단팥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