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토크 원고

by 다시서점
Default_In_the_heart_of_the_airport_a_bookshop_stood_as_a_sanc_1.jpg


질문잡지 헤드에이크 에디터로 시작해 ‘판매수익금 전액은 소중한 저의 월세로 쓰입니다.’를 모토로 한 시월세집 프로젝트, 정맑음, 채풀잎과 같은 필명을 통해 글로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 책들, 작은 서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모은 <작은 책방사용설명서> 등을 썼습니다. 짧게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짐한 것은 ‘어떤 글이든 하루에 세 편씩 쓰자.’였습니다. 밥 먹고 하나, 커피 마시고 하나, 그날 생각한 것 하나. 최소한 그만큼만 쓰자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밥 안 먹고도, 커피를 안 마시고도, 생각 없이도 글을 쓰는 날이 있었습니다.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의 원제는 <믿음의 유언>이었습니다. 출판사와 협의를 통해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었고 내용도 이전 원고보다는 더 밝은 내용으로만 구성했습니다. 밝은 내용으로만 쓴다고 썼는데 서점으로 찾아오신 몇몇 독자분들이 우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근에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를 읽다가 ‘한 문장도 위로 안 됨 ㅋㅋㅋ’라는 댓글을 보기도 했는데 어떤 분께는 단 한 문장도 위로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적어도 마음 아픈 글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최근의 책들은 따뜻한 글보다 날카로운 글이 많아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은 친구, 가족, 옛 애인에게 쓴 편지입니다. 처음에는 출판사와 시집을 만들기로 했는데, 출판사 대표님께 원고를 보여드린 후에 시집에서 산문집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출판사 대표님은 다른 제목을 염두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 제목으로 책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책 디자인이 예쁘게 나와서 이현호 시인께서 너무도 감사한 감상평을 써주셔서 그 덕분에 오늘 이런 자리도 생긴 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광호 별빛들 대표와 이현호 시인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예전에는 시인으로 사는 것을 꿈꾸었지만 요즘은 그냥 사람답게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문화 예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굉장히 고결하고 본인만의 원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상상했었는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그렇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곳 같기도 하고 더 많이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여린 존재.


요즘은 작가나 시인이라고 불리지 않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 정도만으로 여겨져도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누군가 저를 평가를 할 때, 좋은 문장가였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 적어둔 문장은 이렇습니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내 꿈을 내려놓고 그 아이의 꿈을 짊어지는 것.” 저의 아버지를 보면서 적어둔 글입니다. 아이를 갖거나, 꿈을 갖는 것에 관하여 모두 다른 생각이겠지만 부모가 된 친구들을 보면서, 저의 부모님과 친구들의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란 엄청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낍니다.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책을 만들고 독자들에게 내보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글을 쓴 작가의 꿈을 내려놓고 독자의 꿈을 짊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서점 운영자의 삶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입고 메일이 오지만 모든 책을 입고 받기도 어렵고 모든 사람에게 답장을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서점을 하면서, 독립출판을 하면서, 글을 쓰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독자의 꿈을 짊어지듯이 서점은 입고된 책과 그 책의 작가들을 짊어집니다. 서점에는 다양한 문의가 옵니다. 드러내놓고 작가들에게 “저번에 그 일은 사실 제가 매칭 해드린 겁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멀찍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도서관에 납품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서점을 운영하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장-뤽 낭시의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에서 책을 판매하는 사람은 책을 전달하는 책 요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적확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제가 말씀드린 문장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 서점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 책과 관련한 모든 분들은 책 요정입니다. 여러분도 책 요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읽는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책 요정이 되어서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하면 작가가 짊어진 독자의 꿈도 서점이 짊어진 책과 그 책의 작가들도 조금씩 함께 짊어지는 겁니다. 삶이 무겁습니다. 함께 짊어져 주세요.


각각의 서점에 불평불만이 많은 분들도 있지만 모두의 편의에 맞추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에 70억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동의나, 동의하지 않음이 정의로움이나 불의는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되도록 나의 삶과 타인의 삶, 공동체의 삶을 지켜가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저의 짐을 조금 덜어 주신만큼 저도 글과 서점으로 다른 이들의 짐을 조금씩 덜어가며 살겠습니다.


* 2020년 6월 취소된 북토크 원고



다시서점,

김경현



DASIBOOKSHOP Official
https://www.dasibookshop.com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
https://twitter.com/dasibookshop
https://www.facebook.com/dasibookshop
http://www.instagram.com/dasibookshop
https://www.youtube.com/dasibookshop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역 축제에 적용 가능한 세부 아이디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