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나에 대해 말해 주는 고전 속 내 문장

by life barista

프롤로그



친구들이랑 모이면 이런 말 자주 하죠.


“나는 ENFP라서 진짜 가만히 못 있어.”

“INFJ라 그런지, 사람 만나고 나면 꼭 방전돼.”


MBTI만 맞아도 금방 친해지고, 연애 궁합까지 계산하면서 밤새 수다 떨 수 있는 시대예요.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나오면 공기가 갑자기 바뀝니다.


“그래서, 너는 진짜 어떤 사람이야?”

MBTI, 직업, 학벌, 연봉 다 빼고 ‘지금 여기의 나’를 말하라 하면, 입이 딱 붙죠. 이 책은 바로 그 어색한 침묵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늘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숫자와 유형에 의지할수록 더 헷갈립니다. 그렇게 분석해 놓고도 여전히 불쑥 이런 생각이 들죠.


“나는 지금 뭘 위해 살고 있지?”

“이대로 괜찮을까?”


남들은 쉽게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 “넌 충분히 괜찮아.”

하지만 결국 내 삶을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더라고요. 그래서 남이 써 준 해설서 대신, 내 손으로 내 문장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MBTI 결과지 대신 오래된 책 속 문장들을 펼쳤습니다. 전혀 다른 시대의 사람들에게서 지금 나의 고민을 비춰보는 실험이었죠.


책은 우리가 흔히 품는 질문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도스토옙스키, 니체, 하이데거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비교에 시달리는가”를 묻습니다. 평가 한 줄에 흔들리고, SNS에서 남의 삶을 부러워하는 우리 얘기입니다.


2부는 한강, 크리스테바, 레비나스를 따라 “왜 나는 나를 돌보지 못할까”를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으로 버티다 번아웃이 온 시간, 남의 슬픔은 챙기면서 내 마음엔 늘 서툰 우리 이야기죠.

3부는 개츠비, 매킨타이어, 흄을 통해 “내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정해진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잘못될까 봐 두려운 마음까지 솔직히 마주합니다.

4부는 카버, 카뮈, 플라톤, 돈키호테를 불러 “혼자에서 우리로, 그리고 끝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가족, 연애, 우정, 나이 듦과 이별까지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피하지 않고요.

각 에세이는 한 권의 책, 하나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통과하며 내가 직접 써 본 문장으로 이루어집니다. 끝에는 짧은 글쓰기 미션이 있습니다. 딱 한 줄이라도 ‘오늘 버전의 나’를 남겨 보자는 마음으로요.


이건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 세대가 한 번쯤 고민해 본 질문들 옆에 오래된 문장을 놓고, 그 사이에서 내 얼굴을 꺼내 보는 시도입니다. 고전의 문장에 나를 비춰 보면, 내 고민이 사소한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딪치는 질문’이란 걸 알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남이 쓴 말이 어느새 멈추고, 내가 고른 단어로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켜켜이 쌓인 기억들이 따라 나옵니다. 학창 시절의 상처, 회사에서의 서러움, 가족과의 거리, 아이에게 느낀 미안함. 질문을 따라 쓰다 보니, 묻어 뒀던 나의 삶이 소중한 이들과 함께 조용히 미소짓더군요.


이 책은 그런 기록의 묶음입니다. 남이 써 준 나의 설명에 지친 사람들에게 꽤 쓸만할 이야기일 겁니다.


자, 첫 번째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