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분 후 배달이 시작됩니다-
첫째의 힘겨운 잠과의 사투가 끝나고 나는 바쁘게 오돌뼈를 시켰다.
오늘 하루는 꽤 피곤했고, 나도 잘 버텼으니 이 정도는 또 먹어도 된다는 요상한 타협이다.
행복한 오돌뼈 시간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여유롭게 널브러져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방에서 목청 좋은 둘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으앙- 엄마야아-"
(둘째는 때때로 나를 '엄마야'라고 부른다.)
부리나케 달려가 엉덩이를 투닥거리며,
"왜애- 엄마 여깄어. 괜찮아." 하는데 별안간 현관 벨이 울린다.
'아니, 50분 이래매? 왜 이렇게 빨리 와?'
배달이 빨리 와도 문제가 되는 순간이 있다.
- 얘야, 엄마는 너도 중하지만 야식도 중하단다.
"둘째야, 엄마 잠깐만 저거 받고 올게."
후다닥 내 소중한 오돌뼈를 들여놓고 안방으로 가니, 둘째는 뒤척뒤척 자려고 애를 쓴다.
"둘째야, 여기 우리 둘째가 좋아하는 이불 있네. 포근하게 여기서 다시 코오- 자자."
오늘도 둘째는 그렇게 밤을 깨웠다.
둘째가 이렇게 밤마다 우는 것은 꽤 오래되었다. 흔히들 야경증이라고 하는 가벼운 질환인 것 같았다.
[야경증]
소아에 주로 발생하며 자다가 갑자기 깨어 비명으로 시작되는 공황상태를 보이는 질환
일반적으로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으며, 대부분 성장에 따라 증상이 감소함 (네이버 지식백과)
특별히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위해 애쓰지 않은 것은 성장하며 사라진다는 예후 때문이기도 했으나, 다른 이유도 있다.
사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내내 이렇게 보냈다.
예닐곱 살이 될 때까지 나는 내가 잔 이부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난 적이 없었다. 눈을 떠서 정신을 차리면 엄마 다리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로 그치면 이상하니 계속 울자.'
어린 시절에도 그런 요상은 고집은 있어서 울던 거 마저 운 다음에야 긴긴 잠과의 사투가 겨우 끝이 났다.
우리 친정엄마는 얼마나 피곤했을까.
지금도 키우기 어렵기로 소문난 큰딸을 내다 버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참으로 감사하다.
어찌 되었던, 둘째 아이가 밤마다 우는 이유에는 나의 지대한 영향도 있으니
야식이고 뭐고 내가 양보해야 되지 않겠는가.
한참을 괜찮더니, 요즘 또 불안한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서 다시 재우고 나니,
낮동안 설거지하는 나를 붙잡고
"엄마야- 나 심심해. 나랑 놀아줘. 놀이방에 가자, 응?" 하고 매달리던 아이에게
'그래!'하고 흔쾌하게 응해주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
내일은 열심히 놀아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우걱우걱 오돌뼈를 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아침.
말갛게 일어난 아이의 뽀송뽀송한 얼굴에 내 팅팅 부은 얼굴을 비비며 묻는다.
"둘째야, 어젯밤에 '엄마야-' 하면서 엉엉 울었던 거 기억 나?"
"아니? 기억 안 나는데? 헤헤헤."
역시 어쨌거나 저쨌거나 밤에 목청껏 울건 뭘 했건
둘째는 누가 뭐래도 참 해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