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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Mar 23. 2024

제가 이상한 건가요?

혹은 제가 예민한 걸까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맘카페에서 이런 제목이 보이면 무작정 읽어보았던 적이 있다. 


'무슨 일이길래 자신을 이상하다고 여기게 된 걸까?'라는 궁금증에 클릭하면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을 이상하게, 혹은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인간은 살아가며 어떠한 무리 안에 속하게 되고, 그 무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정체성의 혼란은 극단적으로는 자기 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 나도 '정말 내가 이상한 건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몇몇 가족이 함께 잦은 모임을 갖게 되면서 나 역시 극단적으로 '내가 이상한가' 혹은 '그들이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즐거운 만남을 지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그들이 아닌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이분법으로 나누자면 결론적으로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셈이었다. 결국 나는 그 모임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 자리와 사람들을 점점 더 피하게 되었다. 그 후, 놀랍게도 내 마음은 몹시 편안해졌으며 더 이상 누가 이상하다거나, 예민하다거나 하는 고민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우리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살을 맞대고 반 평생 이상을 살아가는 남편과도 맞지 않는데 남과 공통분모를 찾아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기란 참으로 어렵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준다고 하여도 내 마음이 불편하면 그 관계는 계속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진심을 생각하며 꾹꾹 내 불편한 마음을 누르다가는 내가 상하고 만다. 

현재 내 인간관계의 최우선은 나를 지키는 것이다. 나의 삶이, 나의 마음이, 나의 가족이 온전한 것이 먼저다. 


그러므로 '내가 이상한 건지', 혹은 '내가 예민한 건지'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러한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시켜 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날을 세우기 전에, 이 관계에서 내가 온전해지는지, 본래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답은 더 명백해질 것이다. 


누구도 이상하지 않다. 자신을 의심하기보다 자신을 지키는 일에 더욱 몰두하자. 내가 내린 답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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