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정다솔 Jun 10. 2018

초기 스타트업에서 살아남는 사람의 3가지 특징

스타트업에서의 시작을 고려하는 그대에게

사회초년생을 위한 에세이 #1. 스타트업에서의 시작을 고려하는 그대에게


*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고 Founder가 되려는 사람이 아닌, 직원으로 합류하려는 사람을 위해 썼다.  
* 시리즈B 투자 이후, 이미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화되고 충분한 매출을 내고 있는, 예전에 벤처였으나 이제는 중견이상의 사이즈를 갖춘 기업들은 아래 '스타트업'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


작년 여름, 학회 후배들의 초대로 <Startup 세션>에 참석했다. 훌륭한 서비스를 만드는 훌륭한 선배들이 와서 그들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 향후 이루고 싶은 포부 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세션을 듣다 보니 문득 5년 전으로 돌아가, 졸업을 준비하며 첫 직장을 고르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것이 궁금할까? 어떤 점이 막연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오프라인/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가 망)해보고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일해본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초기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대표도 직원도 서로 win-win 일지 알려주고 싶었다. (막연한 환상과 열정으로 초기 10인에 합류하면 Founder와 직원 모두 서로 서운함을 남겨줄 여지가 매우 많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세션 마지막 단 3분 정도였다. 단숨에 3년 6개월간의 스타트업 여정을 모두 말해주긴 어려웠기 때문에 짚었던 핵심 3가지를 글로 남긴다.


#1. 승부욕이 강한 사람

신생 회사가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열정적인 팀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존의 공고한 시장에 균열을 내고, 경쟁구도를 재편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의 열정과 실력을 갖춘 팀이,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 이 경우 '이길 때까지 지치지 않고 해내서 살아남는 것'이 실력인 곳이 스타트업 필드다. 이 승부욕은 때로는 집단 내외로 모두 발현될 수도 있어야 한다. 뒤에 #3번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초기 멤버가 '회사가 어려울 적에 우리집 살림살이까지 보태서, 회사를 살려냈던' 전설적인 스토리는, 시리즈A 투자 이후 안정적인 자금과 함께 외부 경력직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빛바랜 이야기로 퇴색된다. 변화의 태풍 속에서 회사와 서비스를 살려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조직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려면 어느 정도의 승부사 기질이 필요하다.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설이 있지만, 나는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인디언 기우제?
특정 인디언 부족의 기우제 성공률은 100%라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스타트업 대표 중에는, 목표한 바를 이룰 때까지 반복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타트업은 결국 '살아남는 것이 실력'인, 지치지 않고 때로는 경주마처럼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소정의 성과를 거두는 필드이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직급이 없고, 대표와 인턴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아름다운 분위기'만을 상상하고 업계에 뛰어든다면, 실제로는 밤낮없이 스스로 몰입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내 성과에 욕심내고, 인턴에게도 막중한 업무를 줄 수 있는, 일당백을 기대하는 분위기에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




#2. 연봉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


현실적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대표가 막대한 자기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리즈A 이전 Seed Round 혹은 그 전부터 합류하는 초기 멤버는 때로 자신이 기대하는 연봉 및 기타 Incentive 수준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이직하는 경력직이라면 나의 소득 원천징수영수증에 한 번의 연봉 절충(!) 기록이 남겨질 수도 있음을, 이제 막 첫직장을 잡는 사회 초년생이라면, 중견 이상 규모의 기업에 취직한 (학창시절 나보다 열정없던) 친구의 연봉과 나의 연봉 사이에는 앞자리 1~2계단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격차는 수년 내에 쉽게 좁혀지기 어려울 수 있음을 예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연봉수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년차가 되기 전에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알기 쉽지 않은, 내가 깨달은 연봉에 대한 3가지 속성은 아래와 같다.


1) 많은 경우에 누군가의 '연봉'은 회사에서 그 사람의 '효용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대표는 직원의 과거 연봉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일을 잘하겠구나'라고 기대하거나, 돈을 많이 받아가는 직원에게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을 맞길 가능성이 높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18년초 기준) 한화로 266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레알 마드리드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유는 266억원이 객관적으로 적은 금액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연봉 531억 원),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연봉 417억 원)에 비해 실력이 있고 팀에 기여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연봉수준'이 자신의 팀내 효용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을 수 있다.


2) 한 번 정해진 연봉은 바뀌기 어렵다.

2-1) 연봉은 항상 '직전 연봉'이 기준이 된다. 5,000만원을 기대했던 사람이 회사 사정을 감안하여 2,500만원에 계약 후 일을 시작했다면, 내 후년 나의 연봉 인상폭은 2,500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될 것이다.

2-2) 같은 매커니즘으로, 첫 직장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초년생이었지만) 연봉 5,000만원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이후 그의 연봉은 항상 5,000만원 이상에서 협상되고 조율될 것이다.

2-3) 같은 직장내에서 해가 바뀌어 하는 연봉협상은 +3~10% 내외가 보통이다. 초기에 워낙 연봉이 적었을 경우 현실적인 수준으로 재조정 될 수 있겠지만, 대개 같은 직장에서의 인상폭은 미미하고, 이직할 때서야 연봉을 올려간다.


3) 연봉을 절충한(깎은) 기록이 있을 경우 다음 번 회사에서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간혹 이전에 5,000만원을 받았으나 현재 회사에서 이 연봉을 맞춰주지 못하는 경우, 기본 연봉을 4,000 만원정도로 책정하고 1,000만원 정도의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옵션'이지 현금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IPO까지 기다려 이익을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므로, 연봉과 스톡을 분리하여 생각하자. 연봉 4,000 만원에, 옵션 1,000 만원을 받았다면 연간 총 5천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 경우 서류상 기본급은 이미 4,000 만원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이직시 다음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이미 5,000 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연봉을 절충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절충을 시도(!)하거나 4,000만원을 기준으로 협상할 수 있다.


* 사회 초년생부터 내가 기여하는 바 대비 높은 보수를 받고 싶다면, 대기업이나 돈 많이 주는 외국계에 가야 한다.



혹여나 운좋게 경력직으로 스타트업에 이직을 하면서 기존 연봉을 맞춰 갔을 지라도, 중견 이상 규모의 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월급 외에 회사에서 제공했던 (기본이라 생각했던) 수많은 Benefit 이 없어질 수도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당연시 여겼던 사내식당, 커피머신, 건강검진, 통신비, 자기계발비, 보험지원, 법인카드 등의 혜택은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다.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금전적 보상이 중요한 기준이거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 초기 스타트업에 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부양가족이 없고, 나 혼자 벌어 나만의 용돈을 써도 되는 여유가 있거나 금전적 보상에 구애받지 않는경우, 회사가 Death valley 를 지나며 잠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에도 묵묵히 회사를 기다려 줄 수 있다.



#3 변화에 스트레스 덜 받고, Self-drive하는 자존감 높은 사람


Last but not least,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충분한 Name Value 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외부에 나의 회사나 업무에 대해 설명할 때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적은 숫자의 사람들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내부에서의 인정이 나의 실제 실력을 다 말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환경적 요인 속에서 스스로를 믿고 Break-through 하는 사람은 살아 남는다. 이런 사람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A. 필요한 역할을 찾고, Learning-curve 가 높은 사람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나에게 어떤 보상을 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Challenge(난제)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했다고 한다. 셰릴이 페이스북 COO가 된 후 어느 날, 이베이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있던 하버드 지인 로리 콜러가 연락와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어떤 거에요? 내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그 질문은 자신이 하던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어필하던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셰릴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 로리는 셰릴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던 리크루팅(HR) 분야에서 직급을 낮추고 새롭게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승진하면서 페이스북의 인사관련 모든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관련 영상)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의사결정자의 니즈 및 기업에 필요한 역할을 캐치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빨리 배워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개인의 성장속도가 회사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몸집이 커진 회사에 맞추기 위해 리더는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거나 때로는 CEO 본인 자리도 내놓는 결정을 한다. 뒤에 B에서도 언급하겠지만, 1~2년만에 급성장한 스타트업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면 (최소한 살아남으려면) 필사적으로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목표로 하는 사람은, 기존의 스킬셋, 장점에 기댈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운 좋게도 수많은 무료 강의,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회사의 데이터분석 니즈를 보고 데이터분석가로 전향할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Udacity, Youtube 와 같은 무료 강의 채널이었다.

로켓에 타려고 한다면, 내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쯤일지 스스로 찾아야
(궤도 진입 후 분리 되는 추진체가 아니라) 조종실/장비실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대학생 후배들을 위한 설명 추가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이후에는, 관리체계구축, 시장확장, 비용효율화, 신사업진출과 같은 상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진다. 단순 운영성 업무를 맡다가 계속 거기서 안목이 머무는 주니어는 더이상 필요없는 인력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커머스 서비스 초창기에 지역 상권에 들어가서 제휴영업을 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면, 최소한 우리 서비스의 상권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혹은 공부를 통해 회사 성장에 맞춰 지역 거점별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운영최적화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출신 최연소 팀장은 이러한 담금질을 거친 사람들 중에 나온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경계는 없다. Venture Capital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투자관련 책을 읽은 것이 스타트업에서 IR (투자를 받기 위한 사업보고서) 자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고, 마케터가 아님에도 디지털마케팅 강의를 들은 것이 광고 플랫폼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B. 스스로를 어필하고, 필요하다면 싸울 수도 있는 사람

(위 제목에서의 '싸움'은 물리적 싸움이 아니다. 기존의 연봉체계, 직급과 연차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담담히 전달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체계를 잘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스스로 회사의 기여분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정확한 자기판단을 기반으로 리더와 소통하는 것이, 서운함을 안고 어느 날 회사를 훌쩍 떠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일전에 나보다 먼저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일하던 친구는 형&동생 문화가 있는 회사에서 일했다. 서로를 형&동생이라 부르며 끈끈함을 강조했던 문화는 어느새 '소중한 형을 위한 동생들의 희생'을 은근슬쩍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려울 때 월급을 삭감하며 버텼지만, 투자금이 들어 온 이후에도, 못 받았던 월급은 make up 되지 않았고, 새로 들어온 경력직들은 젊은 팀장들 위에 본부장/이사/상무 라는 관리자로 내리 꽂혔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직원으로서의 선택은, A 에서 말한 자신의 역할을 찾아 빠르게 새로운 역량을 갖추면서도, 나의 기여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기반해 '형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잠시 내려 놓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대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만큼의 연봉 인상이 '통보'되기에 그런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처우를 놓고 논의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회사 혹은 서비스에 대한 Loyalty 를 의심받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는 자신만의 edge 와 능력을 가지고 충분히 기여하는 직원을 놓치지 않는다. 만일 리더가 직원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1) 직원이 스스로를 과대평가 했거나, 2) 회사가 직원을 과소평가 하거나, 3) 회사가 직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번과 3)번에 해당하는 경우 내가 미래에도 헌신할만한 곳이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단 주의할 것은 "나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거니, 미리 올려주세요" 라고 자신의 잠재가치를 미리 가서 주장하는 양심없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회사의 어떤 니즈를 보았고, 그래서 어떤 역량을 키웠고,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기본적인 투자 및 성장사이클에 대해서 알고 가자.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후속 투자 전에 당장 몇 달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 존폐의 기로에서 "내 월급 당장 올려주세요"를 외치는 사람은 되지 말자.






위 글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친구, 선후배 및 동료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다.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열의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고, 속한 집단 내에서 인정 받으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안정적이고 적게 일하며 정년이 보장되는 (그 나름 매우 훌륭한!) 조금 다른 성격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다양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염두에 두고, 언젠가 도전할 옵션 중 하나로 생각한다. 다음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싶은 스타트업! 고르는 올바른 3가지 기준 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야놀자] 패널토의 참여후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다른 SNS로 가입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