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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Jul 29. 2024

우리는 아직도 서툰 부부입니다.

5년 연애, 19년 부부생활 하지만 아직도 각자만 생각합니다.

"하아ㅠ 제발 정신줄 좀 잡아라"


이 한마디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뭐라고 정신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뭘 물어보면 가만히 서서 대답해 주면 내가 알아먹는데 당신은 항상 움직이면서 말을 하잖아 내가 다시 물어보면 짜증을 내니까 일부러 다시 물어보지 않아 그런데 방금 말을 했던 게 아까 대답이랑 관련이 있었나 본데 아까 그 내용을 내가 제대로 못 들었으니까 이러는 건데 뭐 정신줄?"


"......"

"내가 미**이라도 된 거야 왜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결국 나는 여름의 불쾌지수를 동반한 화를 내고 말았다. 


"불안하니까 그러지 불안하니까"


심장 관련해서 약을 복욕한 이후로 왠지 모르게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솔직히 약 때문인지 아니면 이후로 벌어졌던 사건 사고 때문인지 정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지만 한순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하니까 그러지' 걱정이 담긴 말인 듯싶지만 이 말이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흐트러진 정신력이 내 탓으로만 생각하는 듯싶어 반감이 생긴다. 걱정이 담긴 말을 하려면 좀 부드럽게 이야기하던지 아니면 짜증을 내지 않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그러려니 넘어갔겠지만 말투, 톤 다 마음에 들지 않아 서러움에 눈물만 삼켰었다.


며칠 뒤

"우리 냉면 먹으러 가자"

"난 냉면 싫어하는데"

"그럼 다른 거 먹으면 되잖아"

"그냥 나가기 싫어 주말인데 그냥 집에서 간단히 먹으면 안 되나?"

"나간 김에 어머니 병원도 다녀오고 그러면 되잖아"

"나 오늘은 나가기 싫다고 어머님 병원도 자기 혼자 가도 되잖아"


오늘도 별일 아닌 일로 또 투닥 거린다. 큰애 임신 했을 때가 여름이었는데 남편이 냉면을 먹고 싶어 하기에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냉면을 먹었던 것 같다. 입덧도 엄청 심했던 그 여름. 냉면을 좋아했던 게 아닌 나는 이후로 냉면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남의 편을 위해 먹어주고는 있지만 냉면은 그냥 별로다. 그런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삐지고 짜증 내고... 자기 쉬는 휴일인데 좋아하는 음식 같이 안 먹어준다고 미운 말투를 쓰는 남의 편 나에게도 주말은 휴식을 위한 날인데 남의 편 때문에 불편한 주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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