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트럭에서 나직한 남성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레이션 같기도 하고 낭송 같기도 한데 차분하고 품위 있고 감미로웠습니다. 정작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트럭 위에는 감자 박스들이 한가득. 반복되는 음성의 내용은 "오늘 아침에 캔 하지감자입니다. 포실포실 맛 좋은 하지감자입니다. 아직 이슬에 젖어 있습니다." 였어요. 저도 한 박스, 달라고 하려는데 트럭은 멀리 달려가네요. 소리에 취해 구매가 밀리는 경우입니다. 그 녹음은 본인의 것일까요. 몇 번이고 원고를 고쳐 쓰고, 녹음도 하고 또 하며 최선의 것을 고르셨을까요? 판매에 효과적인 녹음은 가격과 상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감자 박스 만 원! 타임특가!" 하는 식으로요.
이번 역은 2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인천시청, 인천시청 역입니다. 녹음이 아닌 것 같아요. 크고 높고 바쁜 음성, 젊은 남자분이십니다. 졸던 승객들이 화들짝 놀라 고쳐 앉습니다. 부족한 잠을 자는 분들이 많으니 조금 나지막하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싶지만, 졸다가 내리지 못하는 분들 깨우려는 의도였다면 효과 100프로입니다.
음성만으로 이루어지는 대화가 보며 나누는 대화보다 더 풍성한 것 같습니다. 글로 나누는 대화는 더욱더요. 상상과 환상이 개입되니까요. 더욱 나의 취향과 이상에 맞는 쪽으로 조립되는 가건물 같아요. 자세히 알고 나면 실망에 이르는 게 당연해요.